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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등한 대가 각오해야”…높아지는 무력시위 가능성

입력 | 2022-11-01 10:53:00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 때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대등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 위협하면서 추가적이고 강도 높은 무력시위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훈련 개시일에 맞춰 발표한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을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벌이고 있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미국은 무력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자기도 대등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각오를 해야한다”라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 영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최근 자신들이 실시한 무력 도발을 ‘군사훈련’이라 부르며 이는 “미국과 남조선에 의하여 조성된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에서 진행되었다”라고 상기했다. 한미의 ‘위협’에 대해 대응하는 차원의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취지다.

정세 긴장의 책임을 한미 군사훈련에 돌리고 ‘대등한 대가’,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 등을 언급하며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2022 호국훈련’, ‘충무훈련’과 다국적해군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등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첨예한 대결 국면에로 몰아넣고 북침 흉계를 기어이 이루어보자는 것이 한미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적하고 있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은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리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으로, 오는 4일까지 한미의 군용기 240여대가 참가해 진행된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미국의 스텔스전투기인 ‘F-35B’가 5년 만에 참가하고 사상 처음으로 국내 기지에 착륙하기도 한다.

F-35B는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운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 중 하나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최고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무기다. 한미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때문에 북한 역시 ‘맞대응’을 위해 수위가 높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중간선거일 이전이 북한의 ‘7차 핵실험 시한’으로 제시된 상황에서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미국의 중간선거일 이전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지난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를 끝내 기술적 차원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지난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 한 이후 전술핵운용부대의 훈련, ‘9·19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사격 등을 실시하고 책임을 한미의 군사훈련에 돌린 바 있다.

또 지난달 16~22일 중국의 20차 공산당 전국대표자회(당 대회) 기간엔 동·서해 해상완충 구역을 향한 포사격을 감행하며 상대적으로 ‘저강도’의 도발을 단행하다 중국 당 대회가 막을 내리고 우리 군의 호국훈련이 끝나는 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에 북한이 ‘핵 투발 수단’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포사격, 공중 위력시위의 ‘복합 도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 북한의 장거리 로켓과 ICBM 발사 기술의 거점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공사가 진척된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아직 공사 진행중이므로 평양 인근에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ICBM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7차 핵실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외무성이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가정을 달긴 했지만 결국 7차 핵실험,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전략적 도발을 한 차례가 아닌 연속적으로, 동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