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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 선도기업을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약

입력 | 2022-11-02 03:00:00

[Stock&Biz]
㈜서흥
의약품용 캡슐 시장점유율 95%
건강기능식품 분야서 국내 1위
몰입-집중으로 세계무대서 인정




서흥 회사 전경.

50년 의약품용 캡슐 제조와 건강기능식품 외주제조 외길을 걸어온 ㈜서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흥은 순수 자체 기술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드캡슐을 생산하는 회사다. 의약품 내용물 보관에 쓰이는 하드캡슐 외에 소프트캡슐, 정제, 액제, 젤리, 분말·과립, 구미 등 다양한 형태의 건강기능식품과 개별인정형 제품을 제조한다.

1973년 창업 이후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온 서흥이 종합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세계로 도약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수많은 고객사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서흥은 세계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50여 년간 서흥의 발전을 이끌어 온 양주환 회장은 “국민 건강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류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제조원이 ‘서흥’이라면 모두가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제품만을 공급해 왔다. K종합헬스케어로 세계시장에서도 확실히 서흥의 이름을 알리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이 가지 않은 길에서 ‘열정’ 키워 점유율 1위


‘소리 없이 강한 기업’은 하드캡슐 강자 서흥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서흥은 의약품용 캡슐 제조와 건강기능식품 외주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다. 국내 의약품용 캡슐 시장점유율은 95%로 거의 모든 제약사가 고객이다.

건강기능식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에서도 점유율 40%로 국내 1위다. 건강기능식품 특허만 100여 개에 달하고, 생산품목은 무려 1100가지가 넘는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해 매출은 약 6000억 원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다양한 제형과 포장 방법으로 주문에 맞게 생산하는 시스템이 반세기 동안 부침 없이 성장해온 비결이다.

국내 최초, 최고의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한길을 가고자 하는 뚝심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의지가 있었다. 서흥의 하드캡슐은 해외시장에서도 점유율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내수시장이 훨씬 적음에도 실적은 상위권을 자랑한다.

서흥은 1998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쉼 없이 세계시장을 두드렸다. 2008년 베트남 제1공장, 2014년 베트남 제2공장을 준공하는 등 해외 생산기지를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현재는 베트남 롱탄의 2공장을 증설 중이다. 이곳을 글로벌 거점 생산기지로 삼아 해외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3년 내 베트남 공장에 캡슐 생산 기계 10대를 추가 증설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베트남에서만 52대의 캡슐 설비 가동이 가능해지고 서흥의 최대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송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기지로, 베트남은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하는 이원화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도 경쟁력이다. 이를 통해 내수와 외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코로나로 지연된 추가 10대 증설은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캡슐 제조와 건강기능식품 외주제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는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1987년 우수의약품제조관리 기준인 KGMP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영국의 ISO 9000시리즈, 건강기능식품 GMP(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미국 USP, 호주 TGA, 유럽 EU GMP 및 HACCP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담팀을 꾸리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체계적인 ESG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물적 분할 후 성장과 안정… 7년 만에 매출 10배 껑충


서흥은 올해 4월 충북 청주의 오창 사업장을 서흥헬스케어로 분할하는 작업을 마쳤다. 하드캡슐·의약품·건강기능식품 중 고형제 사업 부문은 독점적 시장 지위를 보유한 서흥에 남기고, 액상 및 젤리 사업 부문은 서흥헬스케어로 분리했다.

사업별 수익성을 개선함으로써 서흥과 서흥헬스케어는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드캡슐 사업 부문은 24시간 공장이 가동하는 형태의 생산 방식으로 제조가 이뤄진다. 반면 액상·젤리의 경우 OEM 방식이다.

서흥헬스케어는 알약 형태의 기능식품과 액상 형태의 일반 식품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융복합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액상 형태로 흡수가 빠르고 천연 향을 가미한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 제품으로 개별인정형 원료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또 이중 캡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서흥은 의약품보다 건강기능식품이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4년 사명을 서흥캅셀에서 서흥으로 변경한 것도 하드캡슐 기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건기식 등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물적 분할 이후 적기 투자와 기술 개발로 강화된 사업역량이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호재와 맞물리는 행운까지 따랐다. 오창 사업장은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은 해외 직구나 수입 완제품을 제외해도 한해 약 3조 원의 거대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건강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더욱 빠르게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역발상 글로벌 건기식 공략… ‘3强 경영’이 성장 비결


양주환 서흥 회장

서흥은 건기식으로 미국 등의 외국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건기식 제조 매출 중 수출은 37억 원으로 작년 대비 85% 성장했다. 하반기까지 올해 수출은 약 50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현지 법인을 통한 영업망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피시오일, 비타민 등 건기식을 서흥아메리카를 통해 일부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

서흥은 장기 로드맵에 따라 하드캡슐 제조 외에 하드캡슐 내용물 충진, 소프트캡슐, 정제, 액제, 젤리, 분말·과립, 구미 등의 제형 확대 및 건강기능식품, 일반 및 전문 의약품까지 생산 가능한 유형을 확대해 전 제형, 전 유형을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서흥이 50년 만에 소리 없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양 회장의 ‘3강 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강력한 성장전략, 강력한 리더십, 강력한 연구개발 투자’ 3가지 전략을 강조했다. 여기에 오너와 직원들의 합심,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몰입과 집중을 빼놓을 수 없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서흥의 도약에 대해 “OEM 및 ODM에 의존해선 부가가치 상승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한국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