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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신발, 찢어진 옷, 주인잃은 안경…그날의 흔적들

입력 | 2022-11-01 14:14:00

이태원 참사 현장서 유실물 1.5 t 수거




검은 얼룩이 가득한 유실물센터 옷가지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 구겨진 옷, 신발 등 수백 점이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분실물을 가족이나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체육관에 유실물센터를 차렸다.


이날 체육관 바닥과 탁자 위에는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전자제품 156개 등이 놓여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수거한 유실물의 무게는 총 1.5 t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 15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실물 센터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옷과 신발 등이 놓여 있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가지런히 놓인 옷과 신발은 대부분 검은 얼룩이 가득했고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일부에는 핏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기도 했다.

바닥에 놓인 흰 코트는 허리 부분이 피로 얼룩졌고 끝단이 손톱 길이만큼 파여있었다. 검은 점퍼에 토사물과 신발 자국이 묻어있는가 하면, 흰 신발들은 하나같이 때가 새까맣게 묻어 벗겨낼 수 없어 보였다. 그밖에 선홍빛을 띠는 신발 끈, 굽이 나간 구두, 올이 나간 스웨터, 부러진 안경 등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휴대전화와 주민등록증, 여권과 같은 소지품도 적지 않았다. 보조배터리 충전기를 꽂고 전원이 켜지자 한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찰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 남성은 “거기 가면 OO이의 물건 받아 갈 수 있나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친 장여진 씨(21·경기 부천시)는 발목에 깁스를 한 채로 아버지와 함께 1일 오전 유실물센터를 찾았다. 장 씨는 “당시 인파에 끼어 놓친 가방을 찾으러 왔다”며 “살아나온 것에 감사하지만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실물센터를 6일까지 24시간 운영한다고 밝혔다. 유실물은 경찰로부터 신분증 확인과 관련 서류 작성을 마친 뒤 받을 수 있다.

보관 중인 유실물 정보는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02-2198-0109, 02-2198-0111) 또는 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www.lost112.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