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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막을 수 있었다[중립기어 라이브]

입력 | 2022-11-01 19:35:00




1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중립기어> 라이브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을 다각도로 진단했습니다. 앞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책임론에 대해서도 전망했습니다.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중립기어> 조아라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나흘째를 맞고 있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균형 있게 분석하고 경찰의 수사 상황, 향후 불거질 정부 책임론에 대해서도 전망해봤습니다. 

오늘 <중립기어>에서는 정치 담당 이승헌 부국장과 세월호 참사 당시 사건팀장이었던 이성호 디지털뉴스팀장이 함께 나왔습니다.
● “밀어” 외친 남성 처벌 가능성은?

▷조아라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과 목격자 증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도 전파됐습니다. 특히 SNS를 통해 제기되 소문 중에는 마약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죠. 이에 대해서는 경찰은 분명이 선을 긋고 있는 거죠?

▶이성호 팀장
최근 마약 관련 사건이 많았습니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 경찰을 137명 배치한 것도 마약 사범 단속을 위해 증원한 거였고요. 이 때문인지 SNS를 통해 마약이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경찰이 신뢰할만한 조사를 통해서 마약은 이번 참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낭설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아라 기자
이번 참사는 압사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끼머리띠를 한 남성 무리가 뒤에서 “밀어”라고 했다는 목격자 증언도 반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밀어”라고 외친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을까요?

▶이성호 팀장
경찰이 일단 CCTV 52개를 확보하고 디지털증거 긴급분석으로 지정했어요. 일종의 패스트트랙처럼 바로 분석에 나서겠다는 뜻입니다. 다만 워낙 심각한 참사라 신중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어서 시간이 걸릴 겁니다. CCTV에 음성이 없어서 특정 인물을 특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정된다 해도 참사에 몇 %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인과 관계와 고의성이 있었지는 다 가려봐야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 13만 인파 속 경찰 137명뿐?

▷조아라 기자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당시 취재했던 이성호 팀장이 보기에 경찰이나 지자체의 대응이 여전히 많이 부실했다고 보나요?

▶이성호 팀장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을 넘어서서 대중교통 안전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참사는 사회의 빈틈을 파고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태원 핼러윈 축제의 경우 주최자가 없어 경찰과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시민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조아라 기자
경찰이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 대한 경찰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1일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전문가들은 시민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통제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어요. 경찰이 대응할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 없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도 들리는데요.

▶이승헌 부국장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경찰은 집회, 시위 등 특수한 상황이나 개입해야겠다 판단하지 않을 경우 통제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죠. 하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비상상황으로 판단되면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됐다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있었습니다. 경찰 병력 배치의 효과성도 따져봐야겠죠. 비극적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경찰이 일방통행으로 유도만 했더라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진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아라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올해 투입된 경찰력이 적어 보행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동아일보가 경찰청 자료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봤죠.

▶이성호 팀장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 기준 13만 명이 운집했고요 경찰 병력은 137명이 배치됐습니다. 과거 경찰 병력 800명이 투입됐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거죠. 지난해 268명이 제일 많았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력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아라 기자
지난해에는 일방통행을 했었다는 주장도 확인이 되나요?

▶이성호 팀장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이 됩니다. 지난해의 경우 방역 때문에 QR코드 인증을 하려고 시민들이 일렬로 늘어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아라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다음날 “경찰,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다”고 발언하면서 경찰력을 둘러싼 논란이 더 증폭된 것 같습니다.

▶이승헌 부국장
대다수 국민이 충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처에 소금 뿌리는 발언이지요.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사건 발생 이후 첫 번째 정부 브리핑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물론 반드시 경찰력 숫자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 볼 순 없고 운용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뒤엉킨 문제지만 행안부 장관은 주무 장관을 넘어서서 사실상 정치인인 정무직 장관입니다. 본인의 언행이 국민 여론에 미칠 영향까지 감지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정무직 공무원의 기본 소양의 측면에서 아쉽다는 겁니다. 
● 정부 책임론 불거지나
▷조아라 기자
여야 의원들은 일단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31일) 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 관계자에게 통제계획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따져 물으며 ‘인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모습이었어요. 야당이 주장하는 정부 책임론이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헌 부국장
이상민 장관의 발언 논란 계기로 여야의 정쟁이 본격적으로 타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야당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참사잖아요. 그냥 물 흐르듯이 넘어갈 것 같진 않아요. 특히 저번 <중립기어>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재명 대표는 현재 사법리스크가 있고 민주당도 맹폭격 당하는 상황이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나면 민주당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내세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죠.

▷조아라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 기자회견 속보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단 “112 신고 제대로 조처됐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고요. 거취 표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사퇴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관측하시나요.

▶이승헌 부국장
앞서 말씀드렸듯이 책임 소지에 대한 얘기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 다만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두고 경찰 수장이냐, 장관이냐 혹은 더 그 윗선이냐를 두고 얘기가 나올텐데 경찰 지도부인 경찰청장이 대표적인 후보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가장 주도적으로 개입해서 일해야 될 건 경찰이지 않습니까. 책임 소재를 묻더라도 일단 원인 규명 이후에 거취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RQU1RxHkthA)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론은 갈리고, 평론은 자극적입니다. 그래서 동아일보가 ‘중립기어’ 박고 따져봅니다. 팩트 하나하나 논리 한 줄 한 줄 꼼꼼히 체크해드리겠습니다. 섣불리 결론내지 않고 결론에 이르는 조건을 조목조목 짚어 보겠습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