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부동산 투자 불안감 반영… 주가 한달새 최대 ―30% 곤두박질 미래에셋 유상증자 잠정 철회하고 운용사들 신규 상장도 잇달아 연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리츠는 올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증시 침체와 고물가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꼽히며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자금 시장 경색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은행 예·적금과 채권 금리는 높아지면서 그 인기가 시들고 있다.
○ 대표 리츠株, 한 달 수익률 ―20% 밑돌아
리츠의 하락세는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동산 및 채권 시장의 리스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지급 보증했던 레고랜드 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어음(ABCP)이 약속과 달리 부도 처리되면서 이로 인해 회사채 시장과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폭발한 사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리츠 투자가 과도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도 상승했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식으며 직격탄을 맞았다”며 “당장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츠의 신규 상장과 규모 확대도 지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계획했던 한화자산운용과 인마크리츠운용, 대신자산신탁, 신한리츠운용 등은 운용하는 리츠의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운용 규모를 키우기 위한 4600억 원 유상증자 계획을 잠정 철회했고 신규 자산 편입 계획도 연기했다. 지난달 초 SK리츠는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했는데 960억 원 모집에 910억 원어치의 주문만 들어와 50억 원이 미매각됐다.
○ 고금리에 투자 매력 떨어져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 투자 수익을 나눠주는 사실상의 펀드 상품이다. 투자 대상이 주식이 아닌 부동산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반인도 소액으로 부동산에 간접 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한 돈을 언제든지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부동산 경기가 안정적일 때는 배당 등을 통해 연 5% 안팎의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퇴직자 등 노후 세대들의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다만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리츠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