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호텔과 주변 건물의 튀어나온 건축물이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과 이어져 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해밀톤호텔 주점이 도로 방향으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점 맞은편에 있는 이 호텔 별관 주점 앞에도 핼러윈 행사 부스가 무단 설치됐다. 이를 포함해 사고 지점 인근 건물 6개가 불법 증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허가 건물도 1개 있었다.
건축법상 도로는 너비가 4m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테라스와 부스가 도로를 1m가량씩 침범하면서 원래 5m인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부 구간의 폭이 3m까지 줄어들었다. 길이 좁아지면서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차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대피하려고 해도 이미 포화 상태인 세계음식문화거리 쪽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군중이 밀집하는 행사에서는 통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안전 조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불법으로 설치된 시설물 때문에 병목 현상이 생겨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태원에는 예년에도 핼러윈 축제 때 8만∼10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달 15∼16일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축제에도 100만 명이 찾아왔다. 대규모 군중이 자주 모이는 장소인 만큼 보행자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용산구는 지난해 5월 테라스 무단 증축을 확인하고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을 뿐 철거는 하지 않았다. 호텔 측도 시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구와 호텔 모두 시민의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