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발생시 정신의료팀 즉시 투입 상담서 처방까지 ‘야전병원’ 역할 정부, 분향소 2곳만 심리상담 부스 “유족-부상자 현장지원 빠져” 지적
“거리에서 본 사람들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그들이 희생됐을 거란 생각에 사흘째 잠을 못 잤습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만난 김모 씨(32)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30분 전까지 그곳에 있었다. 분향소 옆 심리상담소를 보고 15분간 상담을 받은 뒤에야 김 씨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들을 털어놨더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김 씨뿐만이 아니다. 1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의 유가족, 부상자, 현장 목격자, 구조 참여자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을 우려가 큰 인구는 최대 1만 명이다.
의료 현장에서 트라우마 피해자의 정신 건강을 초기부터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사고 현장에 119와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급파됐듯이 슈퍼히어로 집단 ‘어벤저스’처럼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정신의료 지원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관련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재난 피해자의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 ‘재난정신의료지원팀(DPAT)’을 운영한다. DPAT 소속 의료진은 평소엔 각자 병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재난 발생 시 소집돼 48시간 안에 현장에 파견된다. 이들은 현장에서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약물 처방까지 하는 ‘야전 병원’ 역할을 한다. 267명이 사망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현장에는 1만 명 이상이 파견됐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기능의 ‘재난정신의료지원단(DPO)’이 운영된다.
재난 발생 시 투입할 수 있는 정신의학 의료진을 평시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서울광장 상담소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2, 3명씩 상주했지만 모두 자원봉사자였다. 녹사평역 상담소엔 전문의가 없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많은 의료진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력 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