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참사前 112신고 11건… 출동은 4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있던 시민의 신고였는데 “너무 불안하다.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총 11차례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압사’ 위험을 언급한 것만 9차례였다.
○ 4시간 전 “압사” 언급 신고
경찰이 1일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들은 구체적으로 위험 상황을 신고하면서 경찰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최초 신고자는 인파 밀집 장소를 ‘해밀톤호텔 옆 편의점’이라고 지목하면서 ‘압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로 3시간 40분 후 참사가 발생한 장소다. 이 신고자는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올라오면서 빠져나오는 인구, 클럽 줄과 섞여 있다”며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 너무 소름 끼친다”고 했다. 참사 원인까지 예고한 것이다.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전화를 두고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안이한 태도가 참사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2시간 전 신고 “넘어지고 다치고”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오후 8시 9분 접수된 2번째 신고에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이날 신고 내용에는 ‘밀리다’ 및 ‘밀치다’란 표현이 7번, ‘난리’ 및 ‘사고’란 표현이 8번 등장했다. 또 신고자 중 8명은 ‘통제’ 등을 언급하며 즉각적 조치를 요구했다. 신고 위치는 11건 모두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 100m 이내였다. 이태원 일대가 전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 사고 직전 ‘욕설’과 ‘비명’ 터져
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직전 걸려온 전화는 욕설과 비명으로 채워졌다. 오후 10시에 전화를 건 신고자는 “아, ××. 신고 좀 하려고요”라며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 좀 해달라”고 사정했다.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자는 “아, 아” 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경찰은 2번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참사 전까지 4시간여 동안 이태원파출소가 처리한 신고 79건 가운데 인파 관련 ‘위험 방지’ 신고 11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교통 불편’ 등으로 분류된 나머지 신고 중에도 핼러윈 혼잡 상황과 관련된 신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4차례 출동한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록상 출동한 경찰은 ‘시민 통제’ ‘인도로 안내’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신고 건마다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감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