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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잃었을 때 누군가 당겼다”…생존자들이 전하는 그날의 기억

입력 | 2022-11-02 07:16:00


 “숨을 못 쉬어서 정신이 없어졌을 때 손을 잡아 올려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죽을 줄 알았는데 도와준 사람을 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유실물 센터를 운영한다. 전날 경찰의 유실물 센터를 찾은 생존자들은 힘겹게 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전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끼인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다가 한참 뒤에야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사망하기 직전에 구조를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날 오전 10시20분께 이곳을 찾은 장모(21)씨는 가방을 찾고 유실물 센터를 나왔다. 그는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골목 맨 아래에 깔렸는데 운 좋게 친구와 함께 살아남았다”며 “운 좋게 상반신은 좀 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쪽에서부터 사람들이 바로 쓰러졌다. 몸이 안 빠져 숨만 겨우 쉬면서 기다렸다. 오후 11시가 넘어서 구조됐는데, 이미 주변엔 기절하거나 정신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내가 정신을 잃으려고 하면 주변 시민들이 물을 뿌려주고 격려를 해줬다”며 “살아나온 것에 감사하지만 희생자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전했다.

조모(32)씨는 친구 3명과 함께 지난달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 속에 함께 갇혔다고 한다. 그는 “친구 4명이 함께 끼인 채로 1시간 넘게 있었다”며 “나는 발가락 일부에 감각이 없어 신경 손상이 의심되는 상태고, 다른 친구들은 폐와 다리에 심하게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갈 틈이 생겨서 나오는데 친구가 사망자 밑에 깔려있더라. 치우고 친구 팔을 잡아당겨서 끌고 나왔다”며 “다른 친구는 기절해 있어서 깨운 뒤 데리고 나왔다. 끼인 상태로 포기하고 잠들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구조대가 오고 있다고 말해주면서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중상을 입은 생존자와 그 가족들도 센터를 찾아 유실물을 수거해갔다.

구조된 후 심폐소생술을 받아 생존했지만 의식이 없다는 남성의 형 A씨는 “(동생이) 수십 분 동안 심정지 상태로 있다가 누군가 발견해서 심폐소생술을 해서 심장은 뛰고 있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라면서 “통제가 잘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성 B씨는 팔에 깁스를 한 채 센터를 찾았다. 그는 “사람 사이에 껴서 숨도 못 쉬었는데 결국 구조가 됐다. 팔에 멍이 들고 손가락이 다쳤다”며 “거의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숨이 막혔는데 옆에서 외국인이 소리쳐줬다. 그때부터 버티다가 한 명씩 나가면서 숨이 쉬어졌고, 버티다가 구조됐다”고 전했다.

외국인 생존자도 센터를 찾았다.

베트남 국적의 여성 C(22)씨는 “그때 사람이 많았고, 계속 밀었고, 숨을 못 쉬었다”며 “정신이 없어졌을 때 내 손을 잡아 올려준 사람이 있다. 죽을 줄 알았는데 도와준 사람이 있어서 잊을 수 없을 거 같다”고 전했다.

유실물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기준 가방 121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 잃은 신발 64개, 기타 전자 제품 등 154개 등이 보관되고 있다.

물건 주인들은 신원을 확인한 후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는 용산경찰서 형사과에서 별도 보관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