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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폭력’ 상처 받는 아이들…학교엔 상담교사가 없다

입력 | 2022-11-02 08:04:00


 교육계에서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학생들의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학교에 배치된 전문 상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의 올해 4월 기준 공립학교 전문상담인력 배치 현황에 따르면, 정규·순회 전문상담교사와 전문 상담사 수를 전국 공립학교 수로 나눈 ‘배치율’은 67.2%로 집계됐다.

전국 공립 초·중·고 3개교 중 1개교에는 전담 상담인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규 전문상담교사와 순회교사로 그 범위를 좁히면 배치율은 45.6%로 전체 학교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모든 학교에는 상담실과 전문상담교사를 두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상담교사는 2009년부터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학생안전통합시스템, 이른바 위(Wee)프로젝트가 시작되며 늘기 시작됐다.

학교폭력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늘면서 그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또래 생활을 하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로 역할이 중요해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비해 초등학교에, 공립보다 사립학교에 상담교사가 더 부족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통계로 보는 한국교육’에 따르면, 정규직이나 기간제 전문상담교사가 1명이라도 배치된 학교 비율은 지난해 기준 고등학교 53.3%, 중학교 48.8%로 절반 수준이다. 초등학교는 20%에 그쳤다.

지난해 사립 초등학교에는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공립 학교에는 1071명이 배치됐다. 다만, 전체 초등학교 중 사립은 1.2% 정도에 그친다.

사립 중학교에는 총 299명이 배치돼 있어 국·공립(1166명)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300명으로 국·공립(747명)의 40% 정도에 그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참사로 학생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온 학교에 ‘특별상담실’을 설치하고 심리 치료를 지원 중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전날까지 11개교가 지원을 요청해 와 특별상담실이 설치됐거나 협의 중이다.

이 중 10개 학교에는 전문상담인력이 배치돼 있다.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언제라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인력이 없는 다른 1개 학교에는 교육지원청 ‘위센터’ 상담인력이 지원을 나가 심리치료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참사 현장 인근에 있는 학교를 비롯해 그 외 지역에서도 참사를 목격했던 학생,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부족한 상담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외부 기관과 협약을 맺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성인 대상 상담 수요도 늘어나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등과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상담이 집중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이번 참사로 다른 기관에서도 상담 요청이 포화 상태라며 지원에 어려움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 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점은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학교에 설치된 상담실인 ‘위클래스’에서 이뤄진 상담 건수는 지난해 319만9953건으로 1년 전 231만98건보다 38.5% 증가했다.

학생과 학부모 1명당 0.6차례의 상담을 이용한 것이다.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운영하는 ‘위센터’ 상담 건수 역시 지난해 59만3879건으로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교사 정원 감축으로 내년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뽑는 전문상담교사 수는 246명으로, 올해(801명) 규모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강찬 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상담교사가 있는 학교는 없는 학교에 비해 학교폭력 빈도가 줄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교육부도 2018년도에 맺은 단체협약에서 ‘학생 수 101명 이상인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1명을 배치하도록 노력한다’고 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1교 1인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목표로 정원 확대를 위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지속해 협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은 학교 내 위클래스, 지역 위센터에서 우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상담전화 1388),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02-3706-0500),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상다미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