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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최초 신고자 “웃으며 골목 올라가던 사람들…무서웠다”

입력 | 2022-11-02 10:31:00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글이 남겨져 있다. 2022.11.2/뉴스1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원 참사’가 일어나기 약 4시간 전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최초 신고자로 알려진 A 씨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골목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A 씨는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나오는 인파를 보니까 다 웃으면서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정말 무서웠다”며 “저 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체돼서 꼼짝도 못하는데 어마어마한 인구가 골목으로 가는 걸 보고 끔찍한 생각이 들어 (112에) 전화 드렸다”고 말했다.

A 씨는 신고 전화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그 단어를 썼는지, (압사 표현이) 머릿속에 있었다는 건 분명히 아는데 가급적 입 바깥으로 안 쓰기 때문에 긴가민가했다”며 “(나중에) 딸이 ‘엄마 통화할 때 그 단어 썼어. 내가 들었어’ 그러더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하기 3시간 41분 전 A 씨는 해밀톤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쪽에서 112신고 전화를 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골목이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접수 경찰이 “교행이 잘 안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압사,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말하자 A 씨는 “네 네, 너무 소름 끼쳐요”라고 답했다. A 씨의 신고 이후 참사 직전까지는 10건의 112신고가 더 들어왔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유실물센터는 이날 밤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운영된다. 2022.10.31/뉴스1

A 씨는 “제가 그 거리를 경찰분한테 알리기 위해 보통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이라는 단어도 쓰지만 ‘메인스트리트’, ‘클럽거리’, 그 그림을 경찰분한테 설명하려고 여러 단어로 이용했던 것도 머릿속에 지금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측이 신고 전화를 ‘일반적 불편 신고’로 처리한 것에 대해 “(속이) 많이 상한다. 제가 단계별로 전화했을 때는 통제를 해서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이후 점점 인구가 많아졌지 않나”라며 “그러면 그다음 단계로 또 경찰에서 현장에 나와 계셨다면 (통제를 위한) 판단을 했을 거다. 통제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택시 타고 집에 오면서도 거기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위험해요’ 해서 인간 띠라도 만들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그럼 경찰분이 오셔서 그다음 단계로 도로를 통제했거나 더 강한 통제를 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민원처리 결과 통보는) 못 받았다. 다른 때 신고했을 때는 ‘상황이 종료됐습니다’라는 문자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은 제가 아무 연락을 못 받았다”며 “저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