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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언’ ‘112신고 녹취록’…민주당, ‘정부 책임론’ 태세전환[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2-11-02 11:03: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가장 큰 위로는 진실을 아는 것입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재명 대표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 부상자들이 원인과 경과를 알 수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께 진상을 분명히 알리고, 책임져야 될 사람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민주당의 대응 기조가 바뀌고 있다. 참사 직후 정쟁을 자제하고 사태 수습 기조를 유지하던 입장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강경 모드로 전환됐다.

당초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지금은 무엇보다도 사고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이다. 민주당은 다른 어떤 것을 다 제쳐두고도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사고 수습과 위로에 집중할 때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국가애도기간 중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발언이 논란을 빚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는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당국자들이 책임이 없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 발언 등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자 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졌다.

박 구청장도 지난달 31일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축제가 아니라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말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이 장관과 박 구청장이 지난 1일 공식 사과했지만 당일 ‘112 신고 접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의 공세 수위도 높아졌다. 해당 녹취록에는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며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신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당시 이태원 근처뿐 아니라 도심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돼 있던 경찰 기동대의 인력도 충분했지만 사고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시민들이 살려달라는 SOS(긴급구조요청)를 모른 체 했다”며 “민주당은 참사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 다시는 이런 비극적 일이 없도록 하라는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이태원 참사 전후 국가와 자치단체의 대처를 꼼꼼히 살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적, 행정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도 참사의 축소와 회피 수단이 아니라 정확한 진상 규명을 기반으로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