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 윤순영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본보 기자의 심폐소생술 방식을 하나씩 지적했다. 기자가 교육용 마네킹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힘이 부족했는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압박해야 했고, 생각보다 깊게 눌러야 했다.
이태원 핼로윈 참사 때 시민들이 앞장서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응급조치가 심폐소생술이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 전문의를 만나 심폐소생술에 대해 제대로 알아봤다.
“사람들이 쓰러져 의식이 없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심폐소생술만 생각한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현장이 안전한지 확인한 뒤 환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보며 깨우는 것이다. 그러고도 반응이 없다면 119 신고 후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해야 한다. 그 후에 호흡을 확인해야 한다. 호흡이 정상적이면 119 구급대를 기다리면서 환자를 관찰하면 된다. 만약 호흡이 비정상적이거나 없다면 그때 가슴압박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보통 쓰러진 사람의 맥박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각보다 깊게 눌러야 하던데.
“가슴 압박은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 속도로 시행한다. 팔꿈치를 펴서 수직방향으로 체중을 이용해 압박을 해야 힘이 덜 들어가고 오래 할 수 있다. 가슴 압박의 위치는 가슴 정중앙이다. 잘 모르면 양쪽 젖꼭지를 연결했을 때 중앙 부위의 살짝 아래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폐소생술을 할 때 한 손은 손바닥 아랫부분을 가슴 중앙에 올려 놓고, 그 위에 다른 손을 올려서 겹친 뒤 깍지를 끼면 된다.”
―심폐소생술을 하면 가슴뼈가 부러진다는데 해도 괜찮나?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인공호흡도 함께 해야 하나?
“일반 시민들은 인공호흡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공호흡을 제공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가슴압박 심폐소생술만 시행해도 된다. 하지만 심장 정지의 원인이 질식인 경우에는 가슴압박 심폐소생술만 장시간 시행하면 동맥 내 산소량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인공호흡을 병행한 심폐소생술에 비해 그 효과가 떨어진다. 물에 빠졌거나 질식한 경우, 심정지 상태가 오래 지속된 경우 등에는 인공호흡을 함께 하는 게 좋다. 인공호흡을 할 때는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의 비율을 30대 2, 즉 30회 가슴을 압박하고 2번 정도 인공호흡을 해 주면 된다.”
―심폐소생술을 하다 보면 지치게 된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환자가 회복했다면 당연히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면 된다. 심정지 상태가 계속된다면 구급대 도착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구조자가 지치거나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수 있다.”
“자동심장충격기가 근처에 있는 경우라도 심정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 신고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제세동기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제세동이 1분 지연될 때마다 제세동 성공 가능성이 7~10% 감소한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빠른 제세동이 필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