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의성안전체험관. 노래방 구조를 재현한 생활안전 체험관에 날카로운 화재 경보음이 울렸다. 7살 유치원생들은 한 줄로 질서를 지키며 좁은 복도를 차례로 빠져나왔다. 조명이 꺼져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한 손은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는 앞 친구의 위치를 확인하며 길이 6m, 폭 1.5m가량의 도를 안전하게 벗어났다. 체험을 마친 박윤슬 양(6)은 “수건을 물에 적시면 연기를 덜 마신다는 것을 실험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웃었다.
● 세 방향으로 흔들리는 지진 체험
의성안전체험관 제공
생활안전 체험관 한 쪽은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 놨다. 가스레인지, 세탁기, 베란다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 QR코드를 붙여 뒀다. 학생들이 지급받은 태블릿PC로 QR코드를 읽으면 각 위치에서 주의해야 할 안전 수칙을 알려준다. 아이들을 인솔한 경북 상주 중앙초 부설유치원 조미진 교사는 “신발을 신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넘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니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2016년 경주(규모 5.8), 2017년 포항(규모 5.4)등 최근 지진 피해가 컸던 경북 지역에선 지진 대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체험관은 학생들이 지진의 위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교실처럼 꾸민 세트에서 지진 규모가 3~9였을 때 바닥이 얼마나 흔들리고, 어떻게 대피하는지 배운다. 실제 지진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상하좌우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세 방향으로 흔들리도록 설계했다.
● 실제 차량 가져다 ‘눈높이 교육’
의성안전체험관 제공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엔 교통사고 위험도 커진다. 교통안전 체험관에는 실제 버스, 승용차를 가져다 놓고 다양한 사고 위험을 가르친다. 보행안전 교육에서는 아이들은 직접 화물 트럭 운전석에 앉아 차량 바로 앞에 서 있는 친구들이 보이는지 확인한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체험 과정이다. 승용차에 탑승해 360도 회전하는 전복사고 교육도 있다. 아무리 큰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걸 배우는 시간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응급처치 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2014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에서 응급처치 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올 5월 한국소비자원의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중 응급처치 절차와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은 11.7%에 그쳤다.
체험관에서 강조하는 것도 정확한 CPR 자세와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정확한 속도와 깊이로 가슴을 압박해야 인체 모형의 머리 부분에 불이 들어오도록 장치를 해뒀다. 이동건 의성안전체험관 체험교사는 “CPR 방법이 잘 됐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교육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 “체험교육 늘려야 사고 대응 가능”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학교에서 활용되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군중 밀집 사고 대처 요령도 추가할 방침이다. 현행 표준안에는 이번 사고처럼 주최측이나 안전요원이 없는 야외 사고 대처 요령이 빠져 있다. 민병도 의성안전체험관장은 “화재 대피 훈련 등 생활재난 프로그램에 밀집 지역 안전수칙을 더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체험시설 안전교육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교실에서 진행하는 반쪽 체험만으로는 교육 효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안 개정 작업을 맡고 있는 전북 무주군 부남초중 오준영 교사는 “학교에서 화재 대피 훈련을 하면 설렁설렁 걸어서 나가는 학생들도 있다. 체험 교육을 늘려야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