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서 경비과 지구촌 축제 대비 보고서 입수해 살펴보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약 보름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행사에선 경찰이 인원 밀집 지역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통행로를 확보하는 등 충분한 안전 조치를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 16일 서울 용산구가 주최한 지구촌 축제에는 이틀간 총 100만 명이 모였지만 안전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더 적은 인원(약 13만 명)이 모인 핼러윈 축제 당시엔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
●보름 전 축제 땐 “안전 펜스 설치”, “비상 통행로 확보”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경찰이 작성한 ‘2022 이태원 지구촌 축제 경비 대책’에는 지난달 15일 시작된 지구촌 축제와 관련한 상세한 안전 대책이 담겨 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A4 용지 7페이지 분량으로, 축제 이틀 전인 13일 작성돼 용산서와 서울경찰청 등에 공유됐다.보고서는 ‘예상 상황’으로 “지하철 환풍구 등 추락사고 및 다중 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와 “교통 통제로 인한 주변 도로 혼잡 및 시민 불편”, “주취자 음주소란 및 관람객 간 상호 시비, 성추행 등 형사사건” 등 내용을 적었다.
반면 핼러윈을 앞두고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는 크게 달랐다. 핼러윈 기간 용산서의 대응 계획을 담은 ‘2022 핼러윈데이 종합 치안 대책’에 따르면 경찰은 “다중이 밀집한 틈을 노린 강제추행, 절도, 과다노출, 모의총포 소지와 같은 위법행위가 특히 우려된다“며 ”형사, 생활질서, 외사 합동순찰팀을 운영해 담당구역별 가시적 예방 순찰을 하고 클럽 등 대상으로 마약사범 예방단속 활동을 병행하겠다“ 등 대응책을 제시했다. 인원 통제보단 주로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둔 것이다.
‘2022 이태원 지구촌 축제’가 열린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 일대가 붐비는 가운데 안전 펜스가 설치된 모습. 뉴시스
●‘384명’-‘137명’ 안전요원 수도 큰 차이
안전관리 인력 차이도 극명했다. 지구촌 축제 당시 용산서 경비과 직원 등 경찰 인력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경비업체 직원 등 주최 측 안전요원도 투입됐다. 행사 이틀간 투입된 안전 관련 인원은 용산구청 측 안전요원 214명, 용산구청 직원 337명에 경찰 217명까지 총 768명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하루에 384명 꼴이다. 핼러윈 참사 당일 경찰 137명이 투입됐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지구촌 축제 보고서엔 “경비업체 활용, 전문화된 안전관리 실시 및 안전요원 구체적 근무 위치 및 임무 부여, 지휘체계 확립 및 무전기 전체 지참 요구” 등도 포함됐다. 현장 출동한 경찰과 주최 측 안전요원 사이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통 통제 상황도 달랐다. 지구촌 축제 때는 주최 측 요청으로 경찰이 이태원역 일대 교통을 전면 통제했다. 15일 0시부터 17일 오전 2시까지 총 50시간 동안 이태원역 일대엔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혼잡 경비 담당 부서, 핼러윈 땐 빠져
이런 차이는 두 행사의 주무 부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경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핼러윈 시기 대응을 맡은 부서는 지역 치안과 범죄 신고 등을 전담하는 112치안종합상황실이었다. 관련 보고서도 치안종합상황실에서 작성했다. 이에 비해 지구촌 축제는 집회, 시위 등 혼잡 상황에서 대규모 인파 통제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경비과가 주무 부서였다. ‘핼러윈 치안 종합대책‘보고서는 용산서 내 총 7개 유관 부서에 공유됐는데, 이 가운데 경비과는 빠져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핼러윈 기간 대비 내용을 보면 대부분 범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핼러윈 데이를 애초에 혼잡 경비 및 인파 통제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