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둘러본 경찰의 이태원 참사 관련 유실물 센터에는 참사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물품들이 체육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족들은 희생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품을 들고 거듭 눈을 적셨다.
실내체육관 안에는 피와 얼룩으로 물든 옷들, 짝을 잃어버리거나 구멍이 난 신발 등 물건들이 종류별로 하얀 전지 위에 놓여있었다. 핼러윈 분장을 위해 사용된 형형색색의 옷가지나 화장품, 물품들에도 핏자국이나 흙이 묻어있기도 했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귀중품 테이블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여권이나 짝을 잃은 무선 이어폰, 줄이 끊어진 시계 등이 진열돼 있었다.
유실물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가방 94개, 옷 251벌, 신발 343켤레, 기타 전자 제품 등 223개 등이 보관되고 있다.
유실물을 관리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 관계자들도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많이 슬프다. 고인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근무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를 찾은 생존자 및 유족들의 눈물에 센터 일대는 슬픔에 잠겼다. 이들은 희생자에 애도를 전하는 한편, 경찰 및 정부 당국의 대처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A(34)씨는 사망자인 여동생의 물품을 찾으러 센터를 찾았다. 그는 “사고 당일 동생에게 용돈을 줬는데 못 쓰고 죽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가양동에서 찾아온 생존자 최모(39)씨는 “깨어나고 보니 앞에 (사람들이) 다 죽어 있더라.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경찰과 구급대원이 너무 늦게 왔다”며 “구급차가 조금만 빨리 왔어도 많이 살았을 텐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C씨는 부상을 입은 딸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 그는 “친구들끼리 텔레토비 옷을 입고 간다고 하길래 즐겁게 다녀오라고 보냈는데, 딸의 제일 친한 친구가 죽었다. 오늘 발인인데 딸이 목발 짚고서라도 꼭 간다고 해서 데려다줬다”며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조금 더 주의 깊게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오후 2시께 센터를 찾은 한 유가족들은 딸의 유품을 찾아다니다 눈물을 쏟아냈다. 이들은 검은색 부츠를 발견하고는 주저앉아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은 가족들을 위로해주다가 돌아서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다른 유가족도 아들의 물건인 검은색 신발을 움켜쥐고 “아이고 내 새끼”라며 오열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신발을 잡은 채 몸을 떨면서 “우리 이쁜 아들 신발이 자꾸 벗겨져서 내가 끈을 묶어줬어. 아침에 내가 끈을 묶어서 보냈어”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센터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물건 주인들은 신원을 확인한 후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는 용산경찰서 형사과에서 별도 보관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