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3년 만에 열리자 고액 학원, 과외, 스터디 기승
최근 승무원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모 씨(25)의 말이다. 항공 관련 전공자가 아닌지라 승무원 취업 준비 학원을 알아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수업 내용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사 인사팀 출신이다, 경력 몇 년 차다고 광고하는데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돈만 낭비했다는 평가도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대형항공사 인사팀 출신이 진행한다’고 홍보하는 강의도 있다. 승무원 준비생 최모 씨(27)는 “언제 퇴직했는지 등을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말을 안 해주더라. 반신 반의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들으러 간다고 하니 뭔가 밀리는 기분도 든다”며 “가격도 100만 원이 넘는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수업의 질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현직 승무원 A씨는 “그런 스터디를 가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은 없고 본인의 비행 경험담만 말하더라“며 ”4명, 8명이 함께 듣는 강의에서 실직적으로 나를 봐주는 시간은 몇 십분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입사를 하고 보니 굳이 안했어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동료 승무원들도 ‘학원이나 스터디 강사의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오모 씨(26)는 “학원과 과외는 본인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서 하지 않으면 효용이 낮은 것 같다”며 “강의 질이 낮다며 학원이나 스터디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는 성토의 글이 적지 않다. “승무원 출신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이미 공개된 정보들이어서 다른 걸 더 알려달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핀잔을 준다” “환불도 까다롭다” “듣고나서 돈이 너무 아깝더라” 등의 내용이다.
항공업계 인사 담당자들 역시 승무원 준비 학원 및 과외를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취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 임원은 “면접에 들어온 친구들의 답변이 정형화돼 있고 틀에 박힌 경우가 많다. 어디서 배웠다는 티가 난다”며 “그런 경우 불합격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임원은 “합격한 승무원들 중 학원 등을 아예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다‘며 “돈과 비용을 많이 들여서 준비하는데, 이런 승무원 준비생들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스터디 등 외부 도움을 받는 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큰 비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