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전직 해병대원이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의족을 찬 채 20㎏의 군장을 메고 330㎞를 행군할 예정이다.
미국 피플지는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저격수로 복무하던 중 다리를 잃은 닉 페랄레스 전 해병대원에 대해서 보도했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돼 복무 중이던 페랄레스는 작전지대로 향하던 중 지뢰를 밟았다. 선명한 붉은 섬광이 페랄레스의 눈앞에서 번쩍였고, 바로 다음 순간 그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추락한 페랄레스는 지뢰를 밟은 다리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페랄레스는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주위로 몰려든 동료들에게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라고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페랄레스가 부상 직후 처음부터 이렇게 열정이 넘쳤던 것은 아니었다. 다리를 잃은 페랄레스는 전역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며 수면제와 진통제, 술을 달고 살았다. 타인과의 사회적 만남 역시 점차 줄어만 갔다.
2012년 11월, 조만간 주최될 해병대 파티에 참여해 보라는 동료의 권유에 페랄레스는 옷장 속에 처박아두었던 제복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군복에는 수십 개의 휘장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페랄레스는 제복을 다시 입어보려 했지만, 단추조차 잠글 수가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전역 후 인스턴트 음식과 술을 끼고 산 페랄레스는 체중이 35㎏이나 불어 있었다.
페랄레스는 당시의 상황을 “욕실 속에 비친 나 자신을 보고 공기 중에서 익사하는 느낌이었다. 다리를 잃은 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 동료들을 배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페랄레스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찬장에 있던 수면제와 진통제를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던 인스턴트 음식들도 운명을 같이했다. 이후 페랄레스는 철저한 식단과 운동을 통해 이전의 몸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강행군 이전에는 의족을 찬 상태로 킬리만자로산 등정과 24시간 크로스핏 챌린지에 성공하기도 했다.
페랄레스는 이번 행군에서 20㎏에 달하는 군장을 멜 것이라고 밝혔다. 굳이 군장을 메는 이유에 대해 페랄레스는 “군장은 지금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영웅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을 마음의 짐이다. 군장은 내게 그들의 희생을 항상 상기시켜 준다”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