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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대응에 커지는 정부 책임론…대통령실 “감찰·수사상황 지켜볼 것”

입력 | 2022-11-02 17:43:00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태원 핼로윈 참사 당일 경찰의 부실 대응을 놓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감찰과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권에서도 문책론이 부상하는 기류다.
● 말 아낀 대통령실 “감찰과 수사 상황 지켜볼 것”
문책론의 핵심은 치안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브리핑에서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대대적인 감찰과 수사에 나선 만큼 일단은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구를 특정하고 하는 감찰이 아니므로 책임을 물을 대상은 아직 무한정”이라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휘자는 당연히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청장일 수도, 장관일 수도, 아니면 더 위가 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정치적 요구에 따른 경질에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철학은 확고하다”며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 실제 잘못한 사람을 문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책임이 드러나면 문책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인사 철학상 정치적 고려로 장관을 내칠 일은 없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 11. 02.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장관은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불참했다. 대신 그 시간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대통령실은 “재난 주무부처 장관인 만큼 동행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변함없는 윤 대통령의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 여당 내부에서 제기된 문책론
이날 여당에서는 윤 청장과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다만 대통령실이 선(先)수습과 사실관계 확인을 강조하면서 복잡한 속내가 묻어났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네 번이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와 현장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히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한 뒤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애도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공개적으로 “윤 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실세 장관이라고 해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철저한 진상규명 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경질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여당의 기류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여당은 정권으로서는 최후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앞서 5월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등을 돌리며 결국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