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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뒤엉켰는데…약속한듯 질서지켜” 이태원 참사후 ‘지옥철’ 풍경

입력 | 2022-11-02 20:33:00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3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로 인해 출·퇴근길 몸을 구겨 넣어 타야 하는 ‘지옥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유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다는 누리꾼 A 씨는 “소름 끼쳤다. 건대입구역 환승 구간 계단은 퇴근 시간에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인데 오늘은 계단에 사람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서서 기다리면서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내려오는 통로도 남겨뒀다. 직원이 교통정리 한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며 “그냥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적었다.

A 씨의 경험에 공감한 누리꾼 B 씨는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더라. 그래서 ‘밀지 마세요!’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다 멈췄다”며 “충격적이면서도 씁쓸하고 좀 슬펐다. 사람들이 멈췄지만 싸한 분위기는 10초 정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혼잡도가 높기로 알려진 9호선 이용객은 “퇴근길 9호선 급행에서 겪었다. 보통은 문 닫힐까 봐 빠르게 내리는데 다 같이 약속한 듯 천천히 차례대로 내리고, 탈 때도 아무도 안 밀고 천천히 탔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외에도 “1호선도 아침에 원래 죽기 살기로 밀고 들어오는데 오늘은 사람이 어느 정도 차니까 안 타더라” “퇴근길인데 밀치는 사람이 없다” “출근길엔 꾸역꾸역 밀리면서 탔지만 퇴근할 땐 모두 무리해서 승차하지 않았고, 계단 올라갈 때도 앞사람이랑 간격을 두면서 질서가 잡혔다”는 등의 경험담이 공유됐다.

반면 일각에선 “여전히 밀어 타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자신이 주로 탑승하는 지하철 호선을 언급하면서 “아침 출근길 지옥이었다.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어떤 분은 비명을 질렀다” “손잡이 잡고 겨우 버텨서 가는데 이태원 사고 생각나더라” “캐리어 밀고 탄 커플 때문에 찌부러져서 순간 숨이 턱 막혀 미치는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에서의 안전 우려가 커지자,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심한 역사를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과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석이 끝나면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바로 추진하겠다. 특히 연말은 교통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