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보완 활용 ‘실용적 메타버스’… 오프라인과 똑같은 가상공간 구축 다양한 극단 상황 가정-대응해… LG CNS-네이버 등 기술 개발 나서 ‘가상 오피스’ 등 실물 분야도 대체
메타버스 테크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대비 훈련 모습.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긴급 사태 발생. 본 공장에서 누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이렌과 함께 비상 안내 방송이 울리자 요원들이 즉시 방호복을 갈아입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염산 누출을 확인한 요원들은 기계장치로 이를 막고 추가 누출까지 차단했다. 요원들이 긴장할 정도로 실전을 방불케 한 이 ‘화학사고 누출 훈련’은 대형 공장이 아닌 49m²의 좁은 공간에서 진행됐다. 카메라와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현실 기술 덕분에 요원들은 사고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실감 있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 훈련을 개발한 메타버스 테크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소방, 국방, 치안 훈련까지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가상공간 안에서 재해 재난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하거나 오프라인 공간의 미흡점을 가상공간이 보완, 대체하는 ‘실용적 메타버스 서비스’가 주목되고 있다.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열기가 식었던 메타버스 서비스가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도 서울시와 함께 서울 전역을 3D로 구축한 ‘에스맵’을 개발했다. 서울 지역의 고도 등을 가상화된 공간 안에 복제해 침수 등 재난 우려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만들어진 디지털트윈에 추후 화재 등의 데이터나 물리 엔진이 추가된다면 다양한 재해 재난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이나 모니터링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공간은 오프라인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아예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상 오피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 직원들은 오프라인 오피스가 없다. 가상오피스 ‘소마’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대화를 한다. 특정 동료를 만나고 싶으면 두 발로 이동하듯 방향키를 통해 근처로 이동해야 한다. 순간이동이나 채팅도 불가능하다. 가상오피스의 아바타 얼굴 쪽에는 실제 직원들의 얼굴이 카메라를 통해 비춰진다.
출퇴근 시간의 절약 등 비대면 근무의 효율성을 살리면서도, 실제 오프라인 근무의 요소를 도입해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율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가상오피스가 만들어진 이후 아워홈 등 20여 개사가 입주했다. 지난달 1일 기준 가상오피스를 이용한 누적 인원수가 올해 1월 대비 300% 증가했다.
특히 현실과 가까운 ‘가상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 안에서 다양한 이종 직군과의 결합도 가능해졌다. 직방 관계자는 “넓어지고 있는 소마 월드 내 수월한 이동을 위해 킥보드 등 이동수단까지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