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영화 ‘첫번째 아이’ 아이 돌봄 문제 정면으로 다뤄 조선족 편견도 가감없이 그려
영화 ‘첫 번째 아이’에서 워킹맘 정아(박하선)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14개월 된 딸을 안고 있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육아휴직을 하다가 1년 만에 복직한 30대 여성 정아(박하선)는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에 안도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복직하자마자 14개월 된 딸을 봐주던 친정엄마가 쓰러진다. ‘돌봄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 것. 베이비시터를 구해보지만 업체에서 보낸 이는 부부가 원치 않았던 조선족 여성 화자(오민애). 남편 우석(오동민)은 “조선족은 불안하다”며 반대하지만 아이가 잘 따르는 모습에 부부는 일단 그를 채용한다. 그런데 사고가 난다. 낮에 집에 가보니 화자가 아이를 데리고 연락도 없이 사라진 것. 화자는 저녁이 다 돼서야 돌아온다. 아이 허리엔 멍이 들어 있다. 화자는 해고된다. 정아는 아이를 이웃에 맡겨놓고 일하며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10일 개봉하는 ‘첫 번째 아이’는 뿌리 깊은 사회문제인 돌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한 가정이 겪는 일에 초점을 맞추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맞벌이 부부에게 얼마나 큰 공포인지를 그려낸다. 어린이집은 언제 입소 순번이 돌아올지 가늠조차 못 한 채 한참을 대기해야 한다. 정아의 복직 후 아이를 돌보는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부부는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날이 설 대로 서 있다. 특히 엄마라는 책임감을 짊어진 정아는 매일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실제 딸을 키우는 워킹맘인 배우 박하선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아직도 엄마나 여자에게 더 부담이 지워지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라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박하선은 복직 후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한껏 꾸며보지만 육아의 고단함,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화려함을 뒤덮고 마는 워킹맘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