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파, 총선 과반 전망 실각 1년반 만에 총리직 복귀할 듯 “강하고 안정적 정부 구성하겠다” 팔레스타인 정책 더 강경해질 전망
이스라엘 총선 다음 날인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오른쪽)와 부인 사라가 예루살렘 리쿠드당 당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실각한 그는 자신의 리쿠드당과 우파 연합을 승리로 이끌며 1년 반 만에 총리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루살렘=AP 뉴시스
1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 극우 세력과 연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 세력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스라엘에서도 극우 정권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팔레스타인과 이란 문제에서 초강경 입장을 보여온 네타냐후 전 총리 등 대(對)아랍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초강경파 네타냐후, 정계 복귀 유력
이 같은 개표 흐름이 이어진다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재집권하게 된다. 그는 2019년 뇌물 수수 및 사기,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반네타냐후 연정에 밀려 실각했다. 그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재집권한다면 15년이 넘은 자신의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간도 늘리게 된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이날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의 길, 리쿠드당의 길이 옳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극우세력 집권으로 중동 정세 파장 불가피
이번 총선에서는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정통파 유대 극우 정당 나움이 연합한 ‘독실한 시오니즘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재 6석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14석 확보가 예상돼 리쿠드당과 라피드 총리의 ‘예시 아티드’에 이어 제3당 지위가 유력하다.특히 네타냐후 전 총리와 손잡으며 우파 진영 ‘킹 메이커’로 떠오른 이타마르 벤그비르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의 장관직이 유력하다. 강경 시오니스트(유대인 중심 민족주의자)인 벤그비르는 2019년 총선에서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 시민은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크네세트의 극우 색채가 짙어지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응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파 블록이 압도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근 3년간 5번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 국내 정치의 혼란도 네타냐후 전 총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일 예루살렘 법원이 네타냐후 전 총리 부패 혐의 관련 300여 명을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이스라엘 신문사 및 통신업체 등 편의를 봐주는 대신 금품을 받은 혐의다. 로이터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오래 지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