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등에서 참사영상-사진 공유 불안-불면-두통 등 겪는 학생 증가 부적절한 영상 공유 자제-대처법 등 종합적 SNS 활용교육 필요성 제기
“반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이태원 참사 영상을 보고선 잠을 못 잤어요.”
서울 성동구에 사는 신모 양(16)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당일 반 친구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참사 당시 영상을 접했다. 신 양은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가 보낸 링크를 눌렀는데 영상이 나왔다”며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그 생각이 나서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2일 일선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이후 불안, 분노, 이유 없는 울음, 불면, 두통 등을 겪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신 양처럼 단톡방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참사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는 사이버 안전교육에서는 부적절한 영상 공유나 이후 대처법 등 학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과 관련된 ‘디지털 안전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 내용이 급변하는 디지털 이용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안전교육에 활용되는 ‘7대 안전교육 표준안’ 중 ‘약물·사이버’ 분야는 주로 게임 중독, 음란물 관련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엔 SNS의 유해성, 올바른 사용법 등을 다루는 내용이 없다. 7대 표준안 중 ‘폭력예방 및 신변보호’ 분야 역시 SNS를 이용한 학교폭력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학교폭력으로 분류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SNS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정웅열 경기 백신중 교사(한국정보교사연합회장)는 “디지털 정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특히 자신이 올린 정보가 잘못됐다면 책임지고 삭제하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는 “SNS를 통해 비윤리적인 사진, 영상, 글 등을 전달하면 안 된다는 점을 먼저 가르쳐야 하고, 정보를 접할 때에도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출처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더불어 트라우마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담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 기준 공립 초중고교의 상담 인력 배치율은 67.2%였다. 이는 정규·순회 상담교사, 전문 상담사를 모두 포함한 수치로, 학교 10곳 중 3곳은 전문 상담인력이 아예 없다는 의미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