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호객 위해 볼륨 높여… 대화 불가, 입장 기다리는 행렬도 통행에 지장 전문가 “클럽 영업땐 이용객 늘어… 영업 불허하거나 공간 확보했어야”
“오후 7시경에 이미 (클럽형) 주점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참사가 벌어진 골목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어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장모 씨(21)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줄을 선 사람들 때문에 통행에 지장을 받았고,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 때문에 바로 옆 사람이 목청 높여서 말해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의 인명 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허가를 받지 않은 클럽형 주점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면서 통행에 지장을 줬기 때문이란 증언이 적지 않다. 또 참사 후 경찰과 구급대원의 안내가 주점이 틀어놓은 음악 소리에 묻혀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확인한 결과 실제로 참사 현장 주변 상당수의 술집이 무허가 클럽형 주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형 주점은 용산구에서 ‘춤 허용 업소’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참사 현장 인근 주점 8곳 중 7곳이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다.
○ 클럽형 주점 8곳 중 7곳 ‘무허가’
일반음식점이 클럽형 주점으로 영업하려면 안전을 위해 m²당 1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방음 시설을 설치해 생활 소음 규제(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를 준수해야 한다. 만약 무허가로 클럽형 주점을 운영하다가 적발되면 2, 3개월 영업정지는 물론이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참사가 발생한 거리의 클럽형 주점 8곳 중 구청 허가를 받은 곳은 단 1곳뿐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한 달에 3번 정도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클럽형 주점 안전요원들이 단속반이 오면 춤을 추던 손님들을 자리에 바로 앉도록 안내해 잡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클럽형 주점 앞 보행로나 진입로 넓혔어야”
참사 당일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클럽형 주점들이 호객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음악 소리를 키웠다고 증언하고 있다. 소음 관련 규제를 어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A 씨(27)는 “음악 소리가 길거리에서 지나치게 크게 들렸다”며 “넘어진 분들의 비명 소리는 아예 노래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고 했다.클럽형 주점들이 설치한 광고물과 입장 대기줄이 통행로를 더 좁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고 당일 영상을 보면 클럽형 주점의 입장 인원을 관리하기 위한 경계선이 참사 현장 인근에 설치된 모습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진입로나 보행로를 확대하지 않은 채 무허가 클럽형 주점이 다수 영업한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일반 주점이 클럽으로 바뀌면 이용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골목길이 좁아 위험했다면 클럽형 주점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내주더라도 안전시설과 (충분한) 보도를 확보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