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문건 내용, 공개된 정보” 해명했지만, 촛불행동 “경찰이 연락해 정보 수집” 경찰 “신분 밝히고 집회계획 물은것”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동향 등을 담은 대외비 문건 ‘정책 참고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실제로 시민단체 대표를 접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일 문건에 담긴 내용이 ‘다 공개된 수준의 정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문건에 언급된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안진걸 상임공동대표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연락이 실제로 왔다”고 했다. 문건은 이 단체에 대해 ‘이번 참사를 현 정권의 대표적 실정으로 내세워 향후 촛불집회 동력으로 삼겠다며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경찰 여러 명이 수시로 전화해 집회 개최 관련 협조 요청이나 회유를 해 온다”며 “그 과정에서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정부 비호용 문건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 정보관이 신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이번 주에 (집회를) 할 것인지 물어본 걸 불법 사찰로 모는 건 전형적인 (여론) 호도”라고 반박했다.
‘전국민중행동’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문건 내용은 완벽한 날조”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문건에 ‘정부 대응상 미비점을 적극 발굴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언급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일 성명서를 내고 “경찰은 적법한 직무 영역이고 직무 행위라지만 과연 이런 행위가 지금 경찰이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문건은 민노총에 대해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열어 희생자 추모 분위기에 맞춰 향후 투쟁 수위 조절 및 일정 변경을 위해 월요일부터 세부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다만 경찰은 직무집행법에 따라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잠입이나 도청 등 불법적으로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니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 정보 수집은 국민 안전을 위한 경찰의 정당한 집무집행”이라고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