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죽음과 삶’, 1910∼1915.
구스타프 클림트는 신화에 빗댄 관능적인 여성 누드화나 화려한 황금색 그림으로 유명하다. 회색 바탕 위에 그려진 ‘죽음과 삶’은 그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40대 후반에 그린 유화다. 가장 빛나던 시기에 클림트는 왜 갑자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린 걸까?
그림은 죽음과 삶의 모습을 대담한 구성으로 보여준다. 화면 오른쪽에는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엄마와 아기, 나이 든 여성, 사랑하는 연인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사랑하고 늙어가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화면 왼쪽에는 죽음이 홀로 서 있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푸른 옷을 입고 붉은 곤봉을 든 해골은 마치 누굴 데려갈까 고민하는 저승사자처럼 보인다.
클림트가 이 그림을 처음 스케치한 건 1908년.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옮겨 그린 건 2년 후다. 삶과 죽음은 클림트뿐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화두이기도 했다. 종말론 사상이 유행한 데다, 1908년 카를루스 1세 포르투갈 국왕과 그의 장남이 거리에서 암살된 데 이어, 이탈리아 메시나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8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개인적으로도 클림트는 30세 때 아버지와 남동생을 차례로 잃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늘 갖고 있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화가는 죽음을 삶의 곁에 있는 존재로 여기기로 한 것 같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평온한 이유다. 이 그림이 완성되고 3년 후, 클림트 역시 부모가 있는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났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