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팬 빈소 찾은 오지환. 김영은 씨 인스타그램 캡처
이 사실은 오지환의 아내 김영은 씨(33)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 씨의 인스타에 따르면 고인의 지인 한 사람이 김 씨에게 “오지환의 열렬 팬이었던 고인과 딸이 사고를 당했다. 오지환이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 많이 좋아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DM을 보냈습니다. 메시지에는 고인이 오지환과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오지환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오지환은 “사진을 보니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이 난다”면서 1일 부인과 함께 서울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남편 등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딸은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156명 가운데 유일한 중학생이었습니다. 오지환과 함께 빈소를 찾은 사진도 함께 올린 김 씨는 “남편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따님과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기도 드리겠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오지환의 현 상황이 썩 좋은 것도 아닙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LG는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힘든 시즌이 끝나서 쉬고 싶고, 한국시리즈에 못 올라가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오지환은 선뜻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아 공수에서 팀을 이끈 오지환. 뉴시스
시즌 중 많은 타자들이 경기 전 일찍 운동장에 나와 특타를 하곤 합니다.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선수들이 특타를 합니다.
그런데 특타 훈련은 해당 선수만 나와서 되는 게 아닙니다. 베팅 케이지를 설치하고, 공을 준비하고, 그라운드 사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훈련 보조 요원들이 함께 나와야 합니다. 선수들의 출근이 빨라질수록 이들의 출근도 빨라질 수밖에 없지요.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특타 훈련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 경기를 준비합니다.
KT 김민수의 투구에 맞고 소통스러워하는 오지환. 뉴시스
그리고 하루 뒤 김민수는 SNS를 통해 오지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김민수는 “왜 KBO 탑 클래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제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쳤는데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에게 안심을 시켜주시는 선수가!! 실력은 당연하지만 인성 또한 남다르기에 그 높은 위치에서 있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라고 썼습니다. 김민수가 보낸 사과 문자에 오지환은 “올해 잘하고 있는데 괜히 신경쓰지 말고, 다음에 또 맞춰도 되니까 편하게 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후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 중 하나입니다. 신인 시절에는 익숙치않은 유격수 수비를 하던 도중 많은 실책을 저질러 비난을 받곤 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 전후에는 대표팀 승선과 경기 출전 여부 등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그는 25홈런-20도루로 생애 첫 20-20 클럽에 가입했고, 잠실구장을 쓰는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수비에서도 국내 톱 클래스로 올라섰지요. 무엇보다 그는 주장을 맡으며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LG는 정규시즌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KBO리그에 오지환처럼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