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태원 파출소 직원 “기동대 와서 통제만 해줬어도…이제 와 뒤집어씌워”

입력 | 2022-11-03 10:41:00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 인근에 어수선한 모습으로 모여있는 시민들의 모습. ⓒ News1


익명을 요구한 이태원 파출소 경찰 A 씨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책임 여부를 떠나서 이런 참사에 대해 경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참담함을 말할 길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당일 출근한 이태원 파출소 직원은 22명이며 당시 오후 7시부터 11건의 압사 위험 신고를 제외하고도 70건의 112신고가 있었다. 파출소 직원 외에도 100여 명의 경찰이 파견 나왔지만 성범죄, 마약범죄 등 단속을 위해 출근했으며 대부분 사복경찰이었다고 한다.

그는 “112시스템 자체가 어떤 지점에 비슷한 신고가 계속 들어오면 동일 건으로 잡는다”며 “최초 6시 30분에 신고가 떨어지지 않았나. 그러면 경찰관이 출동한다. 그런데 그 이후 계속 (신고가) 떨어지면 처음 나갔던 경찰관들이 계속 처리하게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출동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나가 있었다. 저희 경찰관 4명이 교통정리, 인파통제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4명으로도 사실은 (통제의) 티가 나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 기동대 지원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제가 알기로는 10월 25일 경이다. 파출소장이 그렇게 얘기했다”며 “서울경찰청에 지원 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답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이미 인파가 많다고 신고가 됐을 때는 파출소 직원들, 경찰관만으로서는 부족한 상황에 빠진 것”이라며 “무슨 조치가 사전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고 나서의 조치는 굉장히 힘들 수 있다. 차라리 사전에 계획해서 인파에 대한 흐름을 관리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1/뉴스1

A 씨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 대응 부족을 지적한 것에 대해 “언론의 한가운데에, 비난의 한가운데에 이태원 파출소를 내던진 것”이라며 “저희는 그 비난을 다 감수하고 있다. 우리 국민 150여 명이 넘게 사망을 했다. 단순히 지역 경찰이 잘못했다고, 112 처리가 미흡했다고 그 하나만으로 저희를 갖다가 내던지기에는, 그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희도 112 신고 처리하기에 바쁜 사람들이고 나름대로 능력의 120,150%까지 쓰기 위해 항상 노력했던 자부심으로 근무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저희한테 그거를 뒤집어씌운다는 것은…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경찰 생활에 회의가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상황 전체에 가장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작년 같은 경우 기동대가 나왔다. 그때 굉장히 많이 수월했다. 기동대만 와서 인원 흐름을 통제만 해줬어도 결과론적 얘기지만 참사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파 관리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안 한 건 누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저희는 예측하고 요청을 했다. 안 한 건 그 위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