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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소리에 심장약까지…윗집은 “매트 깔았다”며 되레 큰소리

입력 | 2022-11-03 11:11:00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한 줄로 늘어선 복도식 아파트는 계단식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통풍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활 소음이 많고 프라이버시 침해 여지가 많다는 게 큰 단점이다. 몰려 살다보니 불평과 갈등도 잦을 수밖에 없다.

복도식 아파트는 아래윗집 뿐만 아니라 옆집간 ‘층벽소음’도 잦은 골치 거리다. 위층에서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가 아랫집들에 전달될 수도 있다.

난감한 것은 소음을 자제해달라는 공손한 부탁에 적반하장격으로 거칠게 반격해오는 경우다. 소음 발생 집에서 오히려 ‘아파트에서 그 정도도 못 참고 사느냐’ ‘관리소에 자꾸 민원넣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해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참고 살기도 힘들지만 마냥 참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쿵쿵’ 뛰는 소리에 심장약 먹어…위층은 ‘매트 깔았다’고 큰 소리

부산 동래구의 아파트에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평범한 아기 엄마입니다. 구축이고 복도식 아파트여서 그런지 관리소장이 층간소음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방송을 수시로 합니다. 대부분은 잘 이해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층간소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위층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는 겁니다. 우리 아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가족들 모두가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참다못해 한번은 위층에 올라가 “아이들 심하게 뛰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위층 엄마는 “알겠다. 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아지는 기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아이가 뛸 수도 있겠지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밤낮없이 뛰는 소리는 한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들어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인터폰으로 “아이라서 뛰는 건 알겠는데 너무 괴로우니 좀 자제해달라”고 정말 예의를 갖춰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위층 남편은 “매트를 깔고 있고 조심하고 있는데 아이를 묶어 놓고 사냐” “예민하게 군다”며 되레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으로 내려와 문을 쿵쿵 두드리고 벨을 막무가내로 누르며 소동을 피웠습니다.

저희 집 아이는 너무 놀라 침대 속으로 들어가 숨어 울고, 저 역시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위층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주변 이웃들이 나와서 웅성웅성한 뒤에야 위층 부부는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경비 아저씨께 상황을 설명했더니 “위층에 잘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같은 주민에게 어떻게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나아지는 게 없었습니다.

이제는 인터폰 소리만 들어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집니다. 저희 아이 역시 누군가 현관을 노크하는 소리만 들어도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하는 게 제일 괴롭습니다. 남편도 참지 못해 위층 남자와 크게 다투고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위층 남자는 자기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니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현재 저는 병원에 다니며 심장병 약을 먹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 속에 살아야 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해결방법이 간절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는 아래윗집 층간소음, 옆집 벽간 소음과 더불어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복도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는 노력하는 성의만 보일 뿐 이야기 해봐도 나아지는 게 없고, 윗집은 오히려 몰상식하게 자기주장만 하고 협박까지 한다면 서로 목소리를 높일게 아니라 소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게 우선적으로 할 일입니다.

먼저 위층에서 발생하는 아이 뛰는 소음을 휴대폰 등으로 녹음합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소에 가서 녹음을 들려줍니다. 관리소의 민원 담당자에게 소음이 많이 들리는 시간에 직접 한번 가봐 달라고 요청합니다. 위층 소음을 함께 들으면서 예민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시끄럽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합니다.

다음으로는 관리소 담당자에게 위층 부부가 민원인의 집으로 내려와 소음을 직접 들어보게 합니다. 위층은 매트 까는 것으로 자기 할일은 다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가 뛰는 소음은 매트가 설치된 상태에서도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층 부부가 소음을 생생하게 듣고, 피해 상황을 느끼도록 하는 겁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