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112 신고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대대적인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태원 파출소 직원 등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11건의 신고를 접수했음에도 일대 시민들을 일부 통제한 뒤 종결 처리했다.
당시 경찰은 오후 6시34분께부터 10시11분까지 들어온 신고 중 4건에 대해서만 출동해 대응했다. 특히 사고 발생 시간(오후 10시15분) 불과 한 시간 전인 오후 9시7분부터 9시10분, 9시51분, 10시, 10시11분 등 총 5건의 신고가 사실상 같은 장소에서 들어왔는데도 4건을 전화로만 상담하고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경찰청은 지난 1일 특별감찰팀을 편성하고 이태원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한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특별감찰팀은 관리자 판단 및 조치 외에도 현장부서 대응 등 전체 과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감찰 대상도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의사결정 및 실행 단계 관계자 전원”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고군분투했던 경찰관들까지 감찰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경찰청 내부망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이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경찰관 A씨는 “동료들이 감찰조사를 받는 중이라 걱정돼 글을 남긴다”고 적었다.
그는 “사건 당일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누구보다 고생한 현장 직원분들이 한 분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현 상황에서 자신들의 지휘 감독을 감추고자 최일선을 감찰조사로 괴롭히는 것은 갑질 중의 갑질”이라며 호응했다.
이번 사태가 ‘무분별한 경찰 때리기’로 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현장까지 포함한 무분별한 감찰에 나서기보다, 지휘부를 향해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하는 B경정은 “경찰의 대응은 비판받는 게 마땅하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닌 일선 경찰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C경정 또한 “10만명이 몰리는 행사를 앞두고도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고, 또 늦게 인지한 지휘·수뇌부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업무를 수행하던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지휘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이날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 의뢰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이태원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본격적인 압수물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