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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참사 늦게 인지한 경찰청장의 진짜 이유[중립기어 라이브]

입력 | 2022-11-03 18:20:00


3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중립기어> 라이브에서는 이태원 참사 경찰 부실 대응의 원인을 다각도로 진단했습니다.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a89R2yhO1IQ)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중립기어> 조아라입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112신고에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도 이승헌 부국장과 사건팀장을 맡았던 이성호 디지털뉴스팀장 모시고 이태원 참사와 경찰의 늑장 대응과 관련한 이야기 이어가봤습니다.

●10년 만에 또 불거진 112 부실 대응
▷조아라 기자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직전 112 신고 녹취록이 1일 윤희근 청장 기자회견 이후 뒤늦게 공개됐죠.

▶이성호 팀장
네 참사는 29일 밤 10시 15분에 발생했는데요. 그날 저녁 6시 이후 이태원 관내에서 접수된 신고가 총 79건이었고 그 중 많은 인파로 통행이 어렵다고 신고한 건수가 11건이었던 겁니다. 참사 전 직접적으로 ‘압사’를 언급한 것만 6건이나 됐는데 경찰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인거죠.

▶이승헌 부국장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한 첫 번째 신고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신고 위치가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 바로 앞이에요. 참사 4시간 전만 해도 사고 인근에서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걸 알았을 정도이니 그 때 출동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다른 상황을 목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조아라 기자
11건의 신고 중 경찰이 현장조치를 한 건 4건입니다. 4번은 경찰이 현장 출동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왜 그 때 상황판단이 제대로 안됐는지는 알아봐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이태원 파출소 직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에서 일선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한 데 대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발했어요.

▶이성호 팀장
현장 경찰관의 문제만은 아닌 건 분명합니다. 동아일보 취재를 보면 사고 직후까지도 주취자 대응 등으로 이태원 파출소 내에서는 사고 현장 상황 파악이 안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 당일 인력 부족이 심해서 대응할 정신도 없었던거죠. 다만 기동대를 요청한 건 사고 전인데 서울청과 용산경찰서에선 공식적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어서 향후 조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무너진 경찰 보고 체계
▷조아라 기자
경찰청이 특별감찰팀을 구성해서 당시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데 경찰 지휘부의 부실 대응도 드러나고 있거든요. 특히 어제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보다 늦은 30일 오전 0시 14분에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어떻게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할 경찰이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를 받은 건가요?

▶이성호 팀장
경찰 조직 특성이 신고체계, 지휘체계 두 가지가 잘 맞물려서 돌아가는 거거든요. 이번 경찰 대응은 2가지가 다 무너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서 제가 직접 취재했던 10년 전 ‘오원춘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오원춘 사건’은 20대 여성이 112신고를 해 사건이 일어난 지명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지만 경찰이 찾지 못해 피해자가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죠. 당시 112 신고대응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경찰이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고요. 지금은 112상황실장이 기동대 투입 등 추가 배치 여부도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전 동일 시간대에 동일한 현장에서 동일한 신고가 들어왔는데 누가 봐도 이상하죠. 112 상황실장 같은 분들이 조금 더 강력하고 정확한 지시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아라 기자
경찰청이 오늘(3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을 대기발령했더라고요. 전날(2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도 대기발령했는데요. 사고 현장에 도착한 뒤 1시간 16분이 지나서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입니다.

▷조아라 기자
경찰 일선부터 지휘부까지 총체적 책임이 있어보이는데 현재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상황입니다. 셀프 수사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승헌 부국장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청의 지휘는 받지 않고 결과만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수사의 공정성,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특수본 구성되고 나서 직후에 서울청, 용산서 등 유관기관을 압수수색하면서 의지를 보이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건 초동 과정일 뿐이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지에 따라 특수본 수사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 같아요. “차후에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특유의 얼버무리기 식 조사결과가 나온다면 특수본 꾸렸다 하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들이 봐서 미진하다고 하면 2차, 3차로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죠. 국회 국정조사도 있을 거고 또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특검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테고요. 다른 상위버전의 수사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봅니다.
●애도기간 후 이상민, 윤희근 경질?
▷조아라 기자
정부책임론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인데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에 대한 경질설 역시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승헌 부국장
어떤 식으로든 관련 인사에 대한 징계, 해임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틀 사이에 빠르게 여론이 그 쪽으로 쏠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특히 더 그렇죠.

이상민 장관 먼저 얘기하면 대통령 최측근이죠. 주무 장관으로서 이 사안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나왔다는 게 더 심각합니다. 물론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화요일에 얘기했을 때보다는 이상민 장관 경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요.

윤희근 경찰청장은 관련자들 중에서도 사건인지를 제일 늦게 했다는 것 아니겠어요. 현재 경찰 지휘부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향후 경찰 시스템 개편 등에 대한 얘기를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1차적인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거취표명 또는 경질의 방향으로 가는 게 명약관화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조아라 기자
지난 방송에서 이승헌 부국장이 국정조사 가능성을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 중이라 당장 국정조사 진행하긴 어려워 보이는데요.

▶이승헌 부국장
국정조사는 여야 의원들이 사건 관련자들을 국회로 불러서 합동청문회처럼 진행하는 거거든요. 국정조사 하겠다고 해도 지금 불려나올 사람 대부분이 수사에 연관되거나 일부는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꾸리기 어려울 겁니다. 꾸리더라도 특수본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1차 또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진행되지 않을까 싶은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당장은 특수본 수사를 지켜보자고 얘기할거고요.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특수본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그걸 토대로 국정조사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절차로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조아라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