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영 메리츠증권 상무가 서울 남산 북측순환로를 질주하고 있다. 30년 넘게 달리고 있는 그는 “예순이 넘었는데 건강검진에서 40대 몸으로 나온다”며 “달리기는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달린 지 한 30년 됐습니다. 영업하다 보면 술도 많이 마시게 돼요. 쌓인 스트레스를 유해한 방식으로 풀 때가 많았죠. 그러다 보니 몸도 망가지고….”
달리다 보니 달리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경기 군포의 해오름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지점에 근무할 땐 지점 사원들하고도 함께 달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다.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60회 넘게 완주했다. 개인 최고기록은 2014년 가을 세운 3시간 47분대다. 그는 “잘 달리는 분들은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도 하는데 난 즐겁게 달리는 게 더 좋았다”고 했다. 지금도 4시간대로 기록엔 신경 쓰지 않고 달린다.
풀코스도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절대 완주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다가 올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 시즌이 시작됐지만 그는 한 대회의 10km에 출전해 완주했다. 그는 “풀코스를 달리려면 최소한 3개월은 준비해야 한다. 하루 10∼15km, 총 500km 이상은 달려야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다. 3개월 철저하게 준비하고 완주하면 몸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라톤에 빠지면서 골프를 끊었다. 그는 “영업 초창기에는 골프를 쳤는데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비도 챙겨야 해 일찍 접었다. 일상 속에서 틈나는 대로 할 수 있는 달리기가 내겐 가장 좋았다. 증권사 임원 중에 골프 안 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남산에서 달리기 전 스트레칭 하는 노수영 상무. 그의 차 안엔 러닝슈즈와 운동복이 항상 준비돼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노 상무는 주말엔 주로 산을 찾는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20∼30km 장거리를 달리지만 등산이 주는 맛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 속 좋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 보면 훈련 효과도 크다. 나이는 70세를 향해 가지만 종합검진에서는 40대 몸으로 평가될 정도로 건강하다. 체중도 65kg에서 변화가 없다. 노 상무는 마라톤을 통해 배운 도전정신과 지구력으로 아직도 ‘살얼음판’ 증권가에서 버티고 있다. “몸이 건강해야 일도 잘한다”는 철칙을 평생 실천한 결과다. 같은 또래 친구들은 벌써 직장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달리면서 배운 게 자신감입니다. 아직 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집니다. 제가 특전사 출신인데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가 있어요. ‘달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전 달리지 못하면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매일 달리고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