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비에 젖어 처음 핀 해당화, 여린 꽃송이 고운 자태 말이라도 걸어올 듯.
신부가 이른 아침 신방을 나가더니, 꽃 꺾어와 거울 앞에서 제 얼굴과 견준다.
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낭군에게 묻는데, 꽃만큼 예쁘진 않다는 낭군의 대답.
꽃송이를 비벼서 신랑 앞에 내던지며 낭군님, 오늘밤은 꽃이랑 주무셔요.
(昨夜海棠初着雨, 數타輕盈嬌欲語. 佳人曉起出蘭房, 折來對鏡比紅粧. 問郞花好奴顔好, 郞道不如花窈窕. 佳人見語發嬌嗔, 不信死花勝活人. 將花유碎擲郞前, 請郞今夜伴花眠.)
―‘염화미소도에 부치는 시’(제염화미소도·題拈花微笑圖)’ 당인(唐寅·1470∼1523)
이른 아침 신부가 해당화를 꺾어 든다. 간밤의 비 세례로 촉촉이 젖은 모습이 말이라도 걸어올 듯 싱싱하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자신감에 신부는 문득 신랑의 다짐이 듣고 싶어진다. 꽃과 저, 누가 더 이뻐요. 어김없는 ‘답정너’라는 달뜬 마음에 신부는 자신만만하다. 이 사랑싸움이 마냥 즐거운 신랑의 엉큼한 대답. 그대가 예쁘단들 꽃만큼이야 하겠소? 이 한마디에 신부가 날린 반격. ‘낭군님, 오늘밤은 꽃이랑 주무셔요.’ 신부의 반격이 ‘짐짓 토라진 척’한 것임은 세상이 다 아는 비밀.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