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코로나 방역 완화 분위기가 커진 가운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필자는 한 달에 한 번 독자들과 글을 통해서 만나고 있으며 매번 글을 쓰기 전 어떤 주제와 내용을 다룰까 하는 고민이 큰 편이다. 이번에는 재미있거나 즐거운 내용의 글을 피하고 싶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힘들어하고 계신 모든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에 푹 빠졌다. 죽음은 가까운 곳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일상 속에서 늘 하던, 길거리에서 걷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삶이 어떻게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가 싶었다.
한국에서 살아본 적 없거나 한국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외국인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사건 당일 비슷한 시각 필자의 친구인 외국인 부부가 이태원을 방문했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외국인 부부는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관경이었고,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꼈다고 했다. 또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많은 외국인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니, 이태원 골목이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때 왜 사고 예방을 못 했는가’ 하는 것이 주류였다.
대한민국, 서울에서의 우리 삶은 어쩌면 정상적인 범위를 이미 벗어난 것 같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km²당 1만6700명인데 이는 도쿄보다 3배, 뉴욕보다 8배나 밀집도가 높은 것이라고 한다. 서울의 과밀된 인구가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서 이제는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
이태원 사건 이후 내 생활습관은 변했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작은 것 하나라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특히 지하철역 등의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손잡이를 꼭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계단,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늘 안전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변했다. 아마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활이 변했을 것 같다.
아직도 이번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특히 평소 치안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는 한국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마도 K팝이나 K드라마 등을 통해서만 한국을 접했던 외국인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한국의 콘텐츠들은 너무 멋지고 화려할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영상 속 그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의 지금 발전의 뒷면에는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고,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도 남아 있을 것이다. 바로 안전에 대한 인식 부분도 해당될 것이다.
누구라도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런 사태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국민도 서로 돕고 배려하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고는 가난한 나라, 부자 나라를 막론하고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에 진심인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