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저자 셸런버거 美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환경 영웅’ “원전 더 세우고 천연가스 투자해야”
서울 종로구에서 3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미국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인간 때문에 지구에 기후변화가 벌어진 건 사실입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지구가 끝장날 거라 단언하긴 어려워요. 일부 환경운동가의 종말론은 과장됐어요.”
세계적인 미국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51)가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는 지난해 4월 국내에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과 관련해 3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0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으로 뽑혔던 그는 열여섯 살에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미 시민단체 ‘환경진보’를 이끌며 과학적 수치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 ‘환경 운동의 구루(현자)’라 불리기도 한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국내 출간 직후 5만 부 이상 팔렸다. 극단적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을 뒤집은 셸런버거의 지적은 반향이 컸다. 그는 책에서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은 기술 발전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며 “1920년대 자연재해로 숨진 이는 540만 명이었지만 2010년대는 40만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부 환경운동가는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엮고 있어요. 지구는 뜨거워졌지만 에어컨이 발달해 폭염으로 사망하는 이들은 줄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에도 화재로 없어지는 숲의 면적은 점점 작아지고 있죠. 기후변화로 30년 내에 지구가 거주 불가능해질 거란 주장을 믿기 힘든 이유입니다.”
셸런버거가 극단적 환경운동가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오랜 세월 환경운동에 몸담으며 갈수록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환경운동을 정치적 의도로 사용한다는 회의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9)는 자본주의가 환경을 망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의 탄소 배출량은 1970년대에 정점을 찍은 후 떨어지고 있어요. 기업들이 돈이 되는 천연가스 개발에 앞장섰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줄었습니다.”
“원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마다 절망감을 느꼈어요. 원전이 없으면 그 나라들은 땔감을 찾으려 벌목하고 환경이 더 망가지겠죠. 원전의 위험을 두고 무작정 공포에 떨기보단 함께 논의해서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