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공방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건 없이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조사와 재발 방지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국정조사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증거들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강제 수단이 없는 국정조사를 지금 한다면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될 뿐이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원내대책회의.주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조사를 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방침을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는 “수사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되고 지난 정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정권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수사에 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 비극적인 사건 앞에 누구를 비호하거나 두둔하거나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책임 있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두 번 다시 직무 태만이나 업무상 과실로 인한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성역 없는 국정조사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민심”이라며 “수사를 받아야 할 정부가 수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가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한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 앞에 자료를 일체 숨김없이 공개하고 정부 관계자의 증인 심문을 통해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함으로써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회에 주어진 최우선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 재난대응체계는 완전히 고장이 났었다”며 “분명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음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더 드러나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성역 없이, 조건 없이, 지체 없이 국정조사가 추진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아픔과 상처 앞에서 이런 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고 정치적 계산기를 두들긴다면 민주당은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공방이 지속될 경우 169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