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수익 배분 설계 등에 핵심 역할을 한 정영학 회계사의 메모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관련 내용을 이재명 당시 경기 성남시장과 그 측근에게 보고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선 정 회계사는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남욱 변호사 측은 정 회계사에 대한 반대 신문을 진행했다.
이 메모는 당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간 대화를 토대로 정 회계사가 운영하던 법인 소속 직원이 기록한 내용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2013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2014년 5월 구역지정 고시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공모 ▲2015년 3월27일 성남의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대장동 사업의 진행 일지가 적혀있다.
메모 상단에는 유 전 본부장에서 시작해 우측상단 ‘Lee’로 연결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Lee’ 문구 아래에는 ‘캠프’라고 적힌 박스 안에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이름이 적혀있다.
정 회계사는 “Lee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제일 위에는 시장님”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재명 시장을 Lee로 기재한 것인가”라는 물음에도 “그렇다”라고 했다.
남 변호사 측이 “유 전 본부장에서 화살표 캠프를 거쳐 Lee로 가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2013년 7월2일자 내용으로 베버리힐스가 발표됐을 때 유동규 본부장 녹취상으로 그가 김용과 정진상과 상의해 (사업이) 안되도록, 저층연립이 안 되도록 ‘내가 다 보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해놓은 화살표”라고 답했다.
이는 2013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당시 대장동에 대해 구상했다는 ‘한국판 베버리힐스’ 사업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2004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당시 대한주택공사)는 개발을 추진했으나 2010년 6월 이 사업을 포기했고, 이후 지주들로 구성된 대장동개발추진위원회가 민간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남 변호사 측이 “보고했다는 말이 잘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명 시장을 Lee라고 기재한 것인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그렇다. 시장님한테도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캠프’ 의미에 대해서는 “정진상씨나 김용씨, 이재명 시장의 사람들”이라며 “그런 내용으로 작성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신문에서는 이 사업과 이 대표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가 차지하는 보통주 가운데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