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참사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브리핑에서 지난해 경찰·소방·지자체 간 동시 소통이 가능한 4세대(PS-LTE) 재난통신망이 이번 참사 때 활용되지 않은 게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로 보여진다”고 답했다.
재난통신망은 재난 관련기관들이 재난 현장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국가적 재난 발생 시 음성·사진·영상을 전송하며 의사결정권자의 효율적인 대응 지시와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업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통신망은 ‘무용지물’이었다. 최초 통화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1분으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19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15분보다 1시간26분 후에나 활용됐다. 가장 빠르게 움직였어야 할 용산재난상황실은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43분이 돼서야 재난통신망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역시 30일 오전 2시38분이 첫 통화였다.
사태 수습에 나선 관계기관 간 활용도 저조했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재난통신망을 이용한 통화량은 서울재난상황실 183초, 용산재난상황실 10초에 불과했다. 행안부가 밝히지 않고 있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2초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 실장은 “그간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재난통신망이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이 된다. 관련 조사가 이뤄져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재난통신망은 소방·경찰·지자체 등 유관기관 간 사고 현장에서의 통화가 주요한 목적”이라며 “평소 통화그룹에 지정된 기관들이 버튼만 누르면 다 연결해서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가 돼 있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된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난안전통신망에 문제가 있다거나 통화가 안 됐다든가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해야 되는데 그룹으로 묶어놓은 부분들을 사용을 안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왜 사용하지 않은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며 “관련 훈련들도 하고 있는데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행안부가 밝힌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이태원 지역에서 활용한 재난통신망 현황을 보면 행안부는 통화량 폭주 대비 이동기지국 1대를 지원했다. 단말기 대수는 경찰 1536대(사용시간 8862초), 소방 123대(1326초),의료 11대(120초)이다.
김 본부장은 또 이태원 참사가 ‘육상 사고’로 분류돼 112 신고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접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재난관리법상 경찰이 재난관리기관에 포함이 돼 있지 않아 상황실로 전달이 안 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해상에서의 사고는 성격상 재난이 될 우려가 커서 해경의 정보가 112를 거쳐 행안부 상황실로 들어오는 것이고 육상에서의 112 신고는 경찰의 사건 등 재난과 다른 측면이 있어 법상 보고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