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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로 몰렸던 19세기 美 결핵환자…DNA 분석해 얼굴 복원

입력 | 2022-11-04 19:00:00

Parabon NanoLabs 제공


19세기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뱀파이어라고 오해를 받았던 남성의 얼굴이 복원됐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개인식별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Human Identification)’에서는 미국의 바이오 기업 파라본 나노랩스와 DNA 프로파일링 전문 법의학 연구소(AFDIL)가 복원한 남성의 얼굴이 공개됐다.

이번 얼굴 복원에 활용된 유해는 지난 1990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발굴된 것이다. 당시 연구진은 관에 놋쇠 말뚝이 박혀있던 점, 유해의 팔이 X자 모양으로 놓여있고 대퇴부 뼈, 얼굴 뼈 등이 훼손된 점 등을 바탕으로 그가 뱀파이어로 오해를 받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9년 연구진은 관에 적혀있는 문구 ‘JB-55’을 바탕으로 DNA와 가계도 분석을 통해 유해의 주인이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55세 남성 존 바버(John Barber)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존 바버가 당시 결핵을 앓아 얼굴이 창백했고 피를 토해 입가에 핏자국이 있었으며 잇몸이 뒤로 밀려나 치아가 길어 보여 뱀파이어로 오해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해가 발굴된 코네티컷주를 포함한 뉴잉글랜드 지역은 19세기 ‘뱀파이어 패닉(Vampire Panic)’을 겪었다. 당시 결핵이 유행해 이 지역의 많은 주민이 사망했는데 막강한 전염력으로 사망자의 가족까지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은 이것이 뱀파이어 혹은 악령의 저주라고 생각했고 결핵 환자가 죽으면 고의로 시신을 훼손하거나 관에 말뚝을 박아놓았다.

Parabon NanoLabs 페이스북 갈무리

복원된 존 바버는 흰 피부에 갈색 눈, 그리고 갈색 혹은 검은색 머리카락에 약간의 주근깨가 나 있는 모습이다.

파라본 나노랩스는 DNA를 잘게 토막 낸 후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서로 겹치는 부분을 찾아내 순서를 맞추는 샷건 시퀀싱, 인간 게놈 표적화, 85만개의 맞춤형 단일 염기 다형성(SNP) 표적화 등 세 가지 방식을 사용했다. 또 존 바버가 발굴된 묘지 근처에서 발굴된 ‘NB-13’을 그의 친척으로 추정하고 DNA를 분석해 얼굴을 복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