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본(Barebone)은 케이스와 메인보드, CPU 등 핵심 부품이 부분적으로 조립된 반제품 컴퓨터를 뜻한다. 램과 저장장치 등의 부품은 사용자가 직접 추가해서 사용한다. 케이스의 크기나 형태와 관계없이 반만 조립된 형태면 모두 베어본으로 분류하지만,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출시를 기점으로 일반 사용자가 제조할 수 없는 특수한 제품들이 베어본 구성으로 출시된다. 미니-ITX 폼팩터가 등장하면서 갑 티슈 크기의 데스크톱까지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으나, 그보다 작은 제품은 전문 제조사만 제작할 수 있어서다.
베어본 PC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인텔 NUC(Next Unit of Computing)다. NUC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직접 출시하는 컴퓨터로, 최신 하드웨어를 적용하면서도 제품 크기는 다른 제조사들보다 더 작은 게 특징이다다. 제품 라인업도 노트북 어댑터보다 작은 사무용 NUC부터 그래픽 카드만 한 미니 게이밍 PC까지 다양하다. 물론 가장 널리 쓰이는 제품군은 일반 소비자용 데스크톱을 대체하거나 백업 서버, 디지털 사이니지, 웹 서버 등의 용도로 쓰이는 비즈니스용 미니 PC 제품군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i7-1260P가 장착된 NUC 12 프로(모델명: NUC12WSHi7)를 통해 인텔 미니 PC란 무엇인지 알아본다.
성능은 노트북, 구성은 미니 데스크톱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가 탑재된 인텔 NUC 12 프로. 출처=IT동아
인텔 NUC 12 프로는 노트북용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를 탑재한 미니 PC다. 제품 크기는 가로 117mm에 세로 112mm, 높이 37mm로 한 손에 들어오는데, 노트북과 비교해 두꺼워도 게이밍 노트북의 어댑터 반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다.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5-1240P와 i7-1260P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열설계전력은 노트북의 28W보다 소폭 높은 35W로 설정돼있다. 노트북보다 더 두껍고 큰 쿨러가 탑재되므로 열 해소 성능이 조금 더 높아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성능 저하가 덜하다.
인텔 NUC 12 프로의 전면 및 후면 인터페이스.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는 전면에 10Gbps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USB 3.2 포트 동일한 구성에 급속 충전까지 지원하는 USB 3.2 포트, 오디오 단자 및 전원 스위치가 배치돼있다. 후면에는 전원 단자와 HDMI 2.0b 포트, 2.5기가비트 이더넷 단자, 10Gbps USB 3.2 단자, USB 2.0 단자, HDMI 2.0b포트, 그리고 두 개의 썬더볼트 4 단자로 구성돼있다. 측면에는 도난 방지장치 연결을 위한 캔싱턴 락이 있고, 전원 케이블 고정을 위한 잠금장치도 별도로 제공된다. 최근 노트북들은 얇게 만들기 위해 인터페이스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NUC 12 프로는 데스크톱의 대체재인 만큼 다중 모니터나 고성능 인터넷 연결 등을 위한 단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썬더볼트 4 포트를 활용해 시스템 확장성을 늘릴 수 있다. 출처=IT동아
데스크톱과 비교해 인터페이스가 부족하다면 두 개의 썬더볼트 4 단자를 활용하면 된다. 썬더볼트 4 단자는 40Gbps의 대역폭을 갖춘 인텔의 고성능 단자로, 단순 USB-C 연결부터 두 대의 4K 60Hz 모니터 연결이나 PCIe로 연결하는 외장형 그래픽 카드, 최대 10기가비트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이더넷 단자, 100W 미만의 전력 전송, 최대 40Gbps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외부 저장장치 연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예시에 연결된 구성도 별도의 전원 없이 썬더볼트 4 단자에 연결한 것만으로 D-Sub 및 DP, HDMI, 오디오 단자, 랜 포트, SD 및 마이크로 SD, USB-PD 충전 단자를 모두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전원 어댑터의 출력 한계로 전력 전송은 15W만 지원한다.
제품도 간단하게 나사 네 개만 풀면 열린다. 베어본 제품의 경우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없다. 출처=IT동아
반제품인 만큼 내부 부품은 사용자가 직접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와이파이 6E를 지원하는 AX211 무선랜 장치도 필요하다면 변경할 수 있으며, B-Key 타입의 SATA SSD도 장착할 수 있다. SSD는 2280 규격의 PCIe 4세대 NVMe SSD를 장착할 수 있으며, 용량은 최대 8TB까지 지원한다. 메모리는 노트북용(SO-DIMM) DDR4-3200를 최대 64GB까지 장착할 수 있다. 32GB 두 개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사무용으로 무난한 성능, 간단한 영상 편집도 OK
시스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피씨마크10 기본 테스트를 수행했다. 출처=IT동아
NUC 12 프로에 탑재된 인텔 i7-1260P는 120~170만 원대 비즈니스 노트북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세서다. 따라서 실사용 성능도 12세대 코어 시리즈가 탑재된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준 시스템 및 부품의 성능을 비교 분석하는 PC마크 10을 활용해 NUC 12 프로의 성능을 측정했다. PC마크 10 테스트는 앱 실행 속도나 화상 회의, 웹 브라우저의 실행 속도를 확인하는 에센셜과 엑셀, 워드 등 문서 속도를 측정하는 생산성, 사진 및 렌더링 속도, 영상 처리 성능을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으로 나뉜다.
인텔 코어 i7-1260P에 8GB 단일 채널로 획득한 점수는 에센셜 9천 875점, 생산성 7천 464점,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6천 221점이다. 2020년 보급형 게이밍 노트북에 많이 사용된 인텔 코어 i7-10750H 및 GTX 1650 탑재 노트북보다 성능이 좋고, AMD 라이젠 5 4600G 내장 그래픽만 활용하는 사무용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좋다. 머그컵만 한 컴퓨터지만 두 세대 전 게이밍 노트북 및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3D 랜더링 프로그램인 블렌더 3.3 버전 결과 및 핸드브레이크 인코딩 결과. 출처=IT동아
작업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블렌더 3.3 벤치마크와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를 각각 활용해봤다. 블렌더는 정해진 3D 렌더링 영상을 분당 몇 프레임을 처리했는가를 계산한 다음 결괏값을 합쳐 점수를 낸다. 즉 분당 처리 속도가 빠를수록 전체 점수도 높다. NUC 12 프로가 획득한 점수는 총 159.43점으로, AMD 라이젠 7 2700X 혹은 인텔 코어 i5-11600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트북으로는 인텔 코어 i9-9980HK보다 처리 속도가 빨랐다.
영상의 해상도 및 용량을 변환하는 핸드브레이크(Handbrake)는 2분 13초 길이의 1.79GB 4K 해상도 영상을 최고품질 1080p30 서라운드 규격으로 변환하는 속도를 측정했다. 최고 품질에서 NUC 12 프로는 초당 14.9프레임을 처리해 전체 4분 28초가 소요됐다. 11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i9-11980HK가 동일 영상을 초당 20프레임씩 3분 18초만에 처리했으니 인상적인 결과다. i9-11980HK는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45W 프로세서로, i7-1260P보다 한 체급 위의 프로세서다. 하지만 1년 만에 저전력 프로세서로 고성능 프로세서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셈이니 미니 PC지만 대단한 수준이라 느껴진다.
책상에 놓고 쓰거나, 업무용 시스템으로 쓰거나
NUC 자체는 미니 PC 연결이 필요한 시스템을 위한 제품이나, 일반 사용자가 실사용으로 써도 무방하다. 출처=IT동아
인텔 NUC는 2013년 셀러론 847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제품군이다. ‘차세대 컴퓨터 유닛’이라는 이름처럼 여전히 대중적인 제품은 아니지만, 일부 마니아 용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지금은 일반 사용자부터 산업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괄목할만한 성능 향상으로 인해 NUC 12 프로의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미니 PC지만 두 세대 전의 미들타워 데스크톱과 맞먹고, 바로 직전 세대의 최상급 모바일 프로세서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제품 자체는 일반적인 사무용 크기인 미들타워 데스크톱을 대체하는 용도로도 좋고, 모니터 뒷면의 베사 마운트에 연결해 일체형 PC로도 쓸 수 있다. 백업 서버나 웹 서버 등 서버용 PC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가격은 i5-1240P에 메모리 및 저장장치가 미포함된 베어본 구성이 91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i7-1260P에 8GB 메모리 및 128GB 저장장치가 포함된 표준 구성이 125만 원대다. 다만 운영체제가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연결할 모니터도 필요하다는 점은 알고 구매해야 한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