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인파가 몰려 있다. 특히 거리 오른편의 해밀톤호텔 주점에 설치된 불법 중축물과 왼편의 불법 행사 부스로 길이 좁아지면서 통행에 지장을 빚고 있다. SNS 캡쳐
정부는 조사 결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 건물 8곳이 불법 증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참사 당시 불법 증축으로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서 대피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연 회의에서 건축물 불법 증축 대책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불법 증축 건축물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며 “각 지자체에서 위반건축물 조사와 점검을 즉시 시행하고,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토교통부에는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국토부 조사 결과 사고 인근 건물 17곳 중 8곳이 무단 증축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반건축물 관련 제도가 잘 이행되도록 서울시, 용산구와 협력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로선 면적을 넓히기 위해 무단으로 건축물을 설치해도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 마땅한 제재 조치가 없다. 자치구가 적발해도 잠시 철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일이 빈번하다.
김태수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해밀톤호텔 본관과 별관 역시 용산구가 2014년부터 9년 동안 무단 증축을 7차례 적발해 5억 원 넘는 이행강제금을 징수했다. 지난해에도 ‘위반 건축물’로 단속했지만 이행강제금만 부과할 뿐 강제 철거시킬 권한이 없어 그대로 방치돼 왔다.
정부 관계자는 “건축주들이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계속 불법 건축물을 운영해왔다”며 “건축법을 개정해 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이행강제금을 인상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