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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외화자금 조달 이상 징후, 불씨 확산 확실히 막아야[사설]

입력 | 2022-11-05 00:00:00


흥국생명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포기했다. 보험업계 자금 조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신용위험도를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CDS프리미엄(국가부도위험 지표)’은 이미 5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라 있다. 자칫하다간 자금 조달 리스크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5년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 차환을 위한 신규 채권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이자 지급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연기한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영구채로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포기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던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제조업체도 아닌 금융업계의 보험사들마저 자금 경색을 겪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번 일로 한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해외 자금시장은 우리 금융당국의 관리 시스템 밖에 있어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250억 달러로 올해보다 20% 이상 많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시장에는 국내외 불안요인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내면서 경제 펀더멘털에는 경고등이 켜졌고, 미국이 4차례 연속으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미 간 금리 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국 자본의 이탈 속에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특성상 한두 기업의 자금 조달 실패 파장은 순식간에 자금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이미 한 차례 경험했듯 자금시장의 작은 불안이 커지면 우량 기업까지 흔들 수 있다. 국내외 채권시장에 잠복된 불안요인이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