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이 강원도의 한 탄광에서 작업 중이던 광부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릅니더.” 그만큼 광산 작업은 힘들고 위험하다. 한 번 갱도에 내려가면 먼지로 가득 찬 좁고 깊은 지하에서 가쁜 숨을 참아가면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보다 더한 것은 자칫하면 갱도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공포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의 한 아연광산 갱도 안으로 모래와 흙이 쏟아졌다. 지하 30m와 90m 지점에 있던 5명은 빠져나왔지만 가장 깊은 140m 지점에서 일하고 있던 조장 A 씨(62)와 보조 작업자 B 씨(56)는 9일 동안 구조되지 못했다. 이들은 지하 170m 지점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대는 옆 갱도를 통해 내려간 뒤 진입로를 뚫어나갔다. 당초 사흘이면 매몰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단단한 암석이 많아 작업 속도가 늦어졌다.
▷구조대는 이들이 있을 만한 곳까지 관을 뚫는 작업도 병행했다. 내시경 카메라와 음향탐지기 등을 이용해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음식과 약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가족들은 “힘들겠지만 힘내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손편지를 써서 관을 통해 내려보내기도 했다. 어두운 지하에서 내시경으로 볼 수 있는 범위가 10m 안팎에 불과해 두 사람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봉화 광산에 매몰된 두 사람은 물 10L와 커피믹스 등을 갖고 들어갔고, 갱도에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4일 오후 11시경 마침내 두 사람 모두 걸어서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한다. 가족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대의 노력과 가족들의 염원, 국민의 응원이 함께 어우러져 이뤄낸 ‘봉화 광산의 기적’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