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청장, 캠핑장서 잠자다 보고 놓쳤다 윤희근 청장, 참사당일 밤11시 취침… 경찰청 2차례 문자-전화 확인 안해 소방당국, 경찰에 15차례 대응 요청… 尹대통령 “비통하고 죄송” 공식사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회견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은 사고 당일 휴일을 맞아 과거 경찰서장을 지냈던 충북 제천을 방문했다. 윤 청장은 이날 정오 무렵부터 지인 3명가량과 함께 월악산을 등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지 경찰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를 두 잔가량 마시고 오후 11시경 잠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과 함께 재난 대응을 맡은 소방당국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3분 후인 오후 10시 18분부터 2시간 동안 총 15차례 경찰에 인력 투입과 현장 통제 등을 요청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이 사고를 인지하기 전에도 이미 공동대응 요청이 10차례 있었다. 경찰 내부 보고 및 지휘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윤 청장에게 보고한 경찰청 상황담당관도 소방당국을 통해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당초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5분 만인 오후 10시 20분경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됐던 이임재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1시 5분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상황 보고서에는 이 서장의 도착 시각이 ‘10시 20분’으로 적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6일 만에 공식 석상에서 처음 사과한 것이다.
경찰청장, 등산후 캠핑장서 취침
문자-전화보고에 응답 못해
서울청장도 보고 전화 3차례 놓쳐
5분뒤 왔다던 용산서장, 50분뒤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소방당국이 경찰에 처음 공조 요청을 한 것은 참사 발생(오후 10시 15분) 3분 후였다. 이어 수차례 현장 통제와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동안에도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방청이 “다수가 운집해 현장 통제가 안 된다”며 12번째로 다급하게 ‘최대 인력 동원’을 요청하던 오후 11시 43분 윤 청장은 사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김 청장은 불과 7분 전 첫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 잠든 윤희근, 보고 놓친 김광호
윤 청장은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 두 잔가량을 곁들여 파전, 도토리묵 등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7시경 일행과 함께 캠핑장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윤 청장이 식사를 했던 펜션의 관계자는 “당시 5, 6명과 함께였는데 윤 청장이 ‘피곤해 일찍 캠핑장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행은 맥주 2, 3병과 소주 1병 정도를 (나눠) 마셨다”고 덧붙였다. 이 캠핑장은 가건물들로 이뤄져 투숙객이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윤 청장은 숙소에서 혼자 쉬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11시경 잠이 들었는데 이미 참사가 발생한 지 45분이 지난 뒤였다. 이날 오후 10시 56분과 오후 11시 21분 소방으로부터 두 차례 인력 지원 및 차량 통제를 요청받았던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오후 11시 32분경에야 윤 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잠들었던 윤 청장은 문자를 보지 못했고 20분 후 걸려온 전화도 받지 못했다. 다음 날 0시 14분경이 돼서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이뤄져 처음 상황을 보고받았다. 5분 뒤 윤 청장은 김 청장에게 전화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바로 서울로 복귀했다.
한편 사고 당일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무실에서 집회 대응을 마치고 서울 강남구의 자택으로 퇴근한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2분 뒤 4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사고 사실을 파악했고, 참사 2시간 10분이 지난 30일 0시 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집회는 일반적으로 서울청장이 지휘하며 상황을 총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몰리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경찰청장도 사무실로 나와 보고를 챙기는데 국정감사가 끝난 후 미뤄둔 산행을 가느라 윤 청장은 29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 지휘부 수사로 이어지나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브리핑에서 윤 청장과 김 청장 등 지휘부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감찰이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휘부에 대한 수사 관련 질문에 “수사와 감찰은 별개일 수 있다”면서도 “중복으로 할 경우 비효율적이어서 기다리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준비는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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