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신고 내용, 용산서-파출소에 전달 소방, 서울청에만 7차례 공조 요청 “간부들 대처 늦어 피해 커져” 지적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이 경찰에 의해 통제돼 있다. 뉴스1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 근무자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전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용산경찰서 112상황실과 여러 차례 소통하며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자들은 상황 파악 및 대처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는데, 상황실 책임자인 류미진 서울청 상황관리관(인사교육과장)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의 대처가 늦어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청 상황실, 수시로 상황 파악”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을 전후해 서울청 112상황실 실무자들은 서울 용산서 상황실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자들은 용산서 상황실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소방은 몇 명이나 나와 있나”, “(부상자가) 몇 명이고 어느 정도 다쳤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서울청 상황실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첫 신고를 시작으로 참사가 일어난 오후 10시 15분까지 압사 가능성을 언급한 11건의 사고 위험 신고를 용산서 상황실과 이태원파출소에 동시에 전달했다.
서울청 상황실은 중간중간 용산서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조치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하고 오후 11시경 심정지 환자가 30여 명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빨리 파악해서 보고하라”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용산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후 서울청 상황실과 용산서 상황실의 소통은 수시로 이뤄졌다”며 “서울청 상황실이 현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 서울청 상황실 실무책임자 ‘늑장 보고’
문제는 서울청 상황실 내 소통이었다.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재난, 재해 등의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112 접수자가 상황팀장에게 통보하고, 상황팀장이 모든 근무자에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상황팀장에게 위험 징후를 언제 어떻게 보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청 112상황실은 상황팀장이 자리에서 서울청 상황실에 접수되는 신고 내용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8분부터 오후 11시 43분까지 총 7차례 서울청 상황실에 공조 및 현장 통제, 인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심각성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 서울청 상황실의 실무책임자였던 112상황3팀장이 상황실을 비웠던 류미진 관리관에게 보고한 것은 참사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오후 11시 39분경이었다. 류 관리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어야 할 김광호 서울청장과 경찰청 상황관리관이 이미 사태를 인지한 후였다. 상황실 근무체계를 잘 아는 한 경찰 관계자는 “상황팀장이 현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 바로 상황관리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보고를 받고 황급히 상황실로 돌아온 류 관리관은 다음 날 0시 2분에야 경찰청 치안상황실에 보고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력 투입 권한을 가진 결정권자들의 상황 인지가 늦어지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