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차 유행보다 규모 클 것” 이르면 이달말 정점 도달 할 듯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최대 ‘하루 확진자 20만 명’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정부 예측이 나왔다. 7, 8월 발생한 6차 유행보다 정점 시기의 확진자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7차 유행의 정점 규모 예측치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확진자 수가 3주째 증가세”라며 “변이 바이러스 유입 등으로 겨울철 하루 최대 20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당초 방역당국은 7차 유행 규모가 6차 유행 때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확산세가 커지면서 하루 최대 18만745명(8월 17일)까지 확진자가 나왔던 6차 유행보다 더 큰 ‘정점’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를 4만3449명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중순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2만 명대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저점 대비 2배로 늘었다.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보고서에서 이달 16일 하루 확진자 수가 12만5576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코로나19 7차 유행은 이르면 이달 말, 혹은 12월 중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우세종인 BA.5 변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하위 변이의 확산 양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 변이인 BQ.1과 BQ.1.1은 면역 회피 성향이 강해 BA.5에 걸렸던 사람도 재감염될 수 있다”며 “이들이 확산하면 유행 규모도 그만큼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력이 감소한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전체 국민 중 68%(약 3500만 명)는 면역력이 이미 상당히 떨어진 상태로 보고 있다. 감염과 백신으로 얻은 면역력은 4개월이 지나면 줄어드는 데다 새 변이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 변이 대응 ‘개량백신’을 활용한 추가 접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일 기준 성인 인구 대비 개량백신 접종률은 2.5%에 불과하다. 7일부터는 성인 전체에 대한 개량백신 접종이 본격화되지만 이후에도 극적인 접종률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7일부터 18∼59세 개량백신 접종 예약을 받고 있지만 일주일 동안 추가로 접수된 예약은 41만8771건에 그쳤다.
여기에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려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13∼18세 청소년층에서 독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주(10월 23∼29일) 이 연령대의 독감 의심환자 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9.9명이었다. 올해 독감 유행 기준(4.9명)의 4배 수준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