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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과 커피믹스로 221시간 버텼다…봉화 생존자들 기적의 스토리

입력 | 2022-11-05 09:26:00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달 26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고립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은 비닐로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으며,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며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구조당국에 따르면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조장 A 씨(62)와 보조작업자 B 씨(56)가 전날 오후 11시 3분경 사고지점인 제1 수직갱도 인근에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현장에서 구조과정을 지켜보던 가족들과 구조대원 등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사람을 맞았다. 소방당국은 이들을 2대의 구급차에 나눠 곧장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경북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며 “커피믹스가 떨어지고 난 뒤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드시면서 버텼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됐다. 5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27년 베테랑 작업자 큰아들 박근형씨가 아버지 휴대품 가운데 손목시계(왼쪽)와 발파 도통시험기(전기발파 테스터기)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11.5/뉴스1

이어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가졌는데 또 안 들리면 실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했다.

또 “이렇게 구조하시는데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셨다. 가족분들도 누구누구 오셨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시고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본부 제공



구조 당시 작업자들은 갱도에서 자력으로 걸어 나왔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로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구조대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료진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영상의학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부 수치가 기준치를 넘어서긴 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경 해당 광산 제 1수직갱도 아래 30여 m 지점 폐갱도에 채워져 있던 모래와 흙 약 900t 밑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와 60대 광부 2명이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됐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