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9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어…준철이 왔냐.”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221시간 고립 끝에 생환한 27년 베테랑 작업반장 박모씨(62)가 마침내 육성을 냈다.
사고 10일째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작업반장과 다른 작업자 1명 모두 무사히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갱도 출입구 옆 컨테이너에 임시로 마련된 휴게소에서 대기하던 가족은 먼 발치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본 뒤 구급차를 뒤따라 병원으로 이동했다.
살아서 돌아온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은 벅차오르고 손에 땀이 났다.
아연광산 사고 현장에서 안동병원까지 80㎞, 차로 약 1시간20분 소요되는 거리.
‘무슨 말부터 할까?’, ‘아버지 건강은 어떠실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차는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221시간 생사기로에 놓였던 가족의 상봉이 이뤄졌다.
아들 박씨는 ‘준철이 왔냐’라는 음성을 듣고 ‘아버지 의식이 또렷하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집에서 부르는 그 이름 그대로 불렀기 때문이다.
다음은 박씨가 이날 오전 아버지를 면회한 뒤 병원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9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됐다. 5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27년 베테랑 작업자의 큰아들 박근형씨가 아버지가 구조 당시 입고 있던 작업복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11.5/뉴스1 ⓒ News1
A. 정말 너무 기쁘다. 먼저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다. 또 ‘아버지가 살아올 것’이라고 위로해주신 동료분들,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각 부처, 정부에 너무 감사하다.
Q. 아버지와 잠시 얘기 나눴는지?
A. 네 방금 이야기 하고 나왔다. 아버지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아버지가 ‘구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았을 때 구조돼서 무척 놀랐다고 하신다.
Q. 아버지와 상봉했을 때 아버지의 첫마디는?
A. “준철이 왔냐”
Q. 사고 당시 아버지가 생각했던 것은?
A. 아버지는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사고 발생 후 3일째 되는 날 배가 너무 고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지냈다고 한다. 본인도 무서웠지만 더 무서움을 느꼈을 동료를 위로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Q. 아버지는 갱도 내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A. 아버지는 소방당국 등으로부터 발견된 장소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인 것을 알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비닐과 나무를 챙겨서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비닐로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지냈다고 한다.
Q. 아버지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A. 현재 CT촬영 마치고 잠시 쉬고 계신다.
Q. 아들이 아버지에게 한 첫 마디는?
A. “아버지 세상이 난리났어요. 아버지 유명인 됐어요”
Q. 아버지 완쾌하시면 아버지랑 가장 하고 싶은 일?
A.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때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수첩에 적어놨다. 그동안 무뚝뚝한 아버지와 대화를 못하고 지내온 것 같았다. 소주 한 잔 하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Q.아버지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A.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나지만 아버지 꼭 안아드리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안동=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