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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국회 올스톱…세법·예산 기한 내 매듭 가능할까

입력 | 2022-11-05 15:04:00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 간 정쟁과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회 일정 순연 등으로 심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는 내주부터 본격 심사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여야 대치가 더욱 극렬해질 것으로 보여 법정 처리 기한인 내달 2일까지 본회의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5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날 오후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예결위는 오는 7~8일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10~11일 경제부처 심사, 14~15일 비경제부처 심사를 각 진행한다. 17~30일 예산안조정소위에 이어 30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의결한다.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은 내달 2일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주된 골자는 건전재정 전환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 줄여 639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전년도 총지출보다 감액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국회 예산안 심사의 서막이 올랐지만, 예산안이 통과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 과정에서 누더기 예산안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노인 일자리, 공공임대주택 등 민생예산을 10조원 삭감한 ‘비정한 예산’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라진 민생예산을 지켜내겠다”고 강공을 시사했다.

세제개편안 통과에도 난항이 거듭될 전망이다. 세제개편안은 통상 예산부수법률안으로 지정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려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소득세 과표 기준을 높여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고, 일부 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각종 세율 조정에 따른 효과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돌아가는 이른바 ‘부자 감세’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야의 대립 속에 올해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려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처리 기한인 지난달 20일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뒤늦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특별공제 적용이 추후 가능하다”면서도 “여야 대치 속에 두 달 넘게 끌어온 사안이라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국회는 세제개편안을 심사할 조세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소위는 통상 11월 초 구성되지만, 여야가 조세소위원장 배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조세소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국회 일부 일정이 정부의 이태원 참사 수습 지원 차원에서 순연됐다. 국회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다시 본격 일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로 잠재적 휴전 분위기가 조성됐던 국회는 경찰의 늑장 대응 논란을 계기로 다시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결국 여야의 극명한 대립 속에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이 법정 처리 기한인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12월31일까지도 처리되지 못했을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이다. 이는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 현실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세종=뉴시스]